냉장고 업고 뛰는 수상한 사람…잡고 보니 감동적인 사람

조윤영 기자 2024. 1. 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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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마을에서 야밤에 냉장고를 둘러메고 도로 위를 달리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냉장고 도둑으로 오해를 받았지만 경찰 확인 결과 이 남성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기부금을 모으려고 마라톤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당신 등에 냉장고가 있는 게 맞냐"는 경찰의 물음에 "런던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 중이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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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마련하려 심야 마라톤 훈련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는 7일 영국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주 스티버니지에서 냉장고를 짊어진 채 도로 위를 달리던 다니엘 페어브라더(34)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페어브라더 인스타그램 갈무리

영국의 한 마을에서 야밤에 냉장고를 둘러메고 도로 위를 달리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냉장고 도둑으로 오해를 받았지만 경찰 확인 결과 이 남성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기부금을 모으려고 마라톤 훈련을 하고 있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 등은 지난 7일 영국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주 스티버니지에서 냉장고를 짊어진 채 도로 위를 달리던 다니엘 페어브라더(34)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당시 다니엘은 등에 약 27.5㎏짜리 냉장고를 메고 헤드라이트를 켠 채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를 발견한 경찰은 경찰차를 세우고 그를 가로막았다.

그는 “당신 등에 냉장고가 있는 게 맞냐”는 경찰의 물음에 “런던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 중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인디펜던트에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스러웠다”며 “경찰들이 내가 냉장고를 훔쳤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날은 그가 냉장고를 메고 달리기 시작한 지 이틀째였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는 7일 영국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주 스티버니지에서 냉장고를 짊어진 채 도로 위를 달리던 다니엘 페어브라더(34)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페어브라더 인스타그램 갈무리

다니엘은 오는 4월21일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냉장고를 메고 참가할 계획이다. 1형 당뇨병을 앓는 15년 지기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선천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은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해 환자와 보호자가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된 이중고에 시달린다.

그는 지난해 4월 뉴스에서 영국 해병대원 샘 해먼드가 ‘가전제품을 운반하는 가장 빠른 마라톤 세계 기록’을 깬 것을 보고 도전을 결심했다. 현재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된 ‘가전제품을 운반하는 가장 빠른 마라톤 세계 기록’은 이 해병대원이 보유한 4시간52분10초다. 당시 이 해병대원은 군 자선 단체인 SSAFA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려고 약 26.3㎏짜리 냉장고를 메고 세계 기록에 도전했다.

영화 ‘쿨 러닝’의 팬인 다니엘은 쿨 러닝에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 사용했던 썰매 이름을 따서 냉장고 이름을 ‘탈룰라’로 지었다. 그의 목표는 영국당뇨병협회를 위한 기부금 1만 파운드(약 1690만원) 모금이다. 그는 현재까지 1만파운드 가운데 4284파운드(약 725만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니엘은 영국 비비시에 “절친한 친구이자 1형 당뇨병 환자인 샘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도전을 시도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더 크고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샘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펜던트에도 “나는 당뇨병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다”며 “나는 당뇨병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당뇨병 치료를 돕는 돈을 모으기 위해 바보 같아 보이는 행동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악수를 나눈 뒤 그를 응원했다. 하트퍼드셔주 경찰 관계자는 비비시에 “우리는 다니엘이 마라톤 훈련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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