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클래식 거장 3인 플레이리스트를 엿보다
애플 뮤직 클래시컬 앱 독점 공개
임 “제게 충격·희망을 줬던 음악들”
손 “바쁜 일상속 쉼의 동반자 되길”
오래된 축음기에서 재생한 것처럼 ‘지지직’ 소리가 시적인 연주 사이로 스며들었다. 녹음 시기는 1923~1941년 사이. 낡은 소리마저 음악으로 되살린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이그나츠 프리드먼(1882~1948)의 쇼팽 두 곡(녹턴, 에튀드 5번)이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슈퍼스타’ 두 사람의 ‘플레이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라흐마니노프는 “나의 연주보다 더 낭만적”이라고 했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야상곡을 그보다 더 잘 연주한 사람은 없다”고 한 그 주인공.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의 선택이다. 두 사람 모두 20세기 초반의 피아니스트를 좋아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두 사람을 이끈 ‘음악’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들은 이그나츠 프리드먼을 비롯해 러시아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1901~1961),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를 사랑했다. 명실상부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아이돌인 임윤찬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마저 ‘소프로림스키(sofrolimsky)’라고 할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 아이디는 소프로니츠키에 그의 성인 림(lim)을 조합해 태어났다.
최근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임윤찬은 24일 출시된 ‘애플 뮤직 클래시컬 어플리케이션’에 공개한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음악들”이라며 “‘이게 피아노 연주구나, 이게 진정한 음악이구나’라고 느낀 곡들”이라고 말했다.
애플 뮤직은 클래식 앱을 내놓으며 임윤찬을 비롯해 조성진, 손열음 등 국내 인기 연주자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독점으로 공개했다. 세 피아니스트를 성장하게 한 음악가를 만나고 이들의 취향을 훔쳐볼 수 있는 리스트다.
임윤찬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은 ‘피아노의 황금기’.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흑건을 1번으로 올린 플레이리스트에는 디누 리파티(1917~1950)의 슈베르트, 러시아계 영국인 피아니스트 마크 함부르크(1879~1960)가 연주한 쇼팽 야상곡 2번 내림마장조, 소프로니츠키(1901~1961)가 연주한 리스트 편곡 슈베르트의 ‘물레방앗간과 시냇물’, 초기 재즈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1909~1956)이 연주하는 드보로자크(Dvo ák)의 ‘유모레스크(Humoresques)’ 등 총 9개 트랙이 담겼다.
임윤찬은 “(플레이리스트에 감긴 곡은) 지금까지 살면서 제게 큰 충격과 희망을 줬던 음악들이고, 나를 단련시키고 영감을 준 곡들”이라며 “제가 받은 느낌은 다른 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진의 ‘플레이리스트 제목은 ’피아노 아카이브‘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은 이성과 감성으로 음악 안에 탄탄한 구조를 세우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는 작업을 태어나 처음 해봤다”며 “내게 영감을 준 연주, 역사적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빌헬름 켐프(1895~1991)가 연주한 리스트의 2개의 전설, S. 175를 첫 트랙으로 삼아 에밀 길렐스(1916~1985)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번,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가 들려주는 슈만 교향적 연습곡,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1915~1997)의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5번 사단조 등을 골랐다.
조성진의 플레이리스트는 ‘피아노 아카이브’라는 제목처럼 ‘시간의 길이’를 담은 오래된 레코딩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조성진은 “세월을 느끼게 하는 음질이지만, 그 시절 활약했던 피아니스트들의 소중한 기록”이라고 했다.
손열음이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붙인 이름은 ‘메노 모소(Meno mosso)’다. ‘앞부분의 빠르기보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 용어다.
손열음은 조성진, 임윤찬 이전에 이미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2009)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2011)에서 2위에 오른 신동 음악가다. 피아니스트로는 물론, 기획자이자 작가로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음악계의 팔방미인’인 그가 꼽은 곡들은 보다 다채롭다. 피아노부터 첼로 소나타, 현악 4중주, 교향곡 등 쉼을 주제로 한 곡을 모았다.
여성 피아니스트의 음악이 채워진 것도 특별하다. 알리시아 데 라로차(1923~2009), 마이러 헤스(1890~1965), 마리아 그린버그(1908~1978)의 음악이 손열음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다. 마리아 그린버그는 조성진의 플레이리스트에도 올라온 연주자다.
손열음은 “의도한 것은 아닌데, 고르고 보니 대부분 여성 피아니스트라 신기했다”며 “그들이 여성이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남성 음악가여도 똑같이 좋아했을 거다. 같은 여자 피아니스트로서 그들의 앞선 행보가 큰 힘이 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리스트엔 손열음의 곡도 담겼다. 그 중 스베틀린 루세브와 함께한 앨범 ‘미드나이트 벨(Midnight Bells)’(2019)의 수록곡인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손열음이 가장 의미있는 곡으로 꼽는다. 오보이스트 함경이 연주한 안탈 도라티의 곡도 담겼다.
손열음은 “전 타고난 맥박이 좀 느린 사람 같다. 그래서인지 바쁠 때에도 쉼 없이 달리는 것이 좀 벅차 꾸준히 쉼표가 필요하다”며 “나 빼고 모두 다 너무 열심히 사는 것만 같아 아득한 기분을 느꼈던 분들을 위해 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잠시 현실을 벗어나 나만의 세계로 빠지고 싶은 순간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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