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누가 챙겨" 마음도 아픈 '유방암' 엄마…미안함 내려놔도 되는 이유

정심교 기자 2024. 1. 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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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엄마'이면서 유방암으로 진단받으면 아픈 엄마를 걱정하는 어린 자녀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해하고, 죄책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가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받더라도 자녀들의 정서 발달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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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20~45세 환자 499명의 자녀 정서 검사
정상범위 비율 87%, 평균보다 오히려 3% 더 많아
어린 자녀 있는 환자 우울증, 자녀 없는 환자보다 2.3배↑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젊은 엄마'이면서 유방암으로 진단받으면 아픈 엄마를 걱정하는 어린 자녀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해하고, 죄책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가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받더라도 자녀들의 정서 발달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유방암 환자라면 자녀에 대한 걱정, 미안함을 가지기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 및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팀은 20~45세의 젊은 유방암 환자 499명의 12세 미만 어린 자녀들에게 행동평가척도(CBCL)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검사는 아동·청소년의 사회 적응 및 정서·행동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신뢰도 높은 검사법이다. △불안 △우울 △규칙 위반성 △공격 행동성 등을 전체적으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행동평가척도 검사를 받은 사람 가운데 84%가량은 정상 범위에 속하지만, 나머지 중 8%는 임상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번 검사 결과, 정서 발달 정도가 정상 범위에 있는 아이들이 87%로 일반 아이들보다 오히려 3%가 더 높게 나타났다. 유방암 진단이 자녀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 200명의 우울증 발생 위험을 비교했더니,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이 약 2.3배 높아 정서적으로 더 불안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왼쪽) 교수와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오른쪽)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또 육아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한국판 양육 스트레스 검사(K-PSI-SF)' 점수가 높을수록 환자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1.06배 높았다.

자녀가 6~12세인 경우 6세 미만인 경우보다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1배 높았다. 엄마와 다른 가족이 양육할 수 있는 환자들은 엄마만 주 양육자인 경우보다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4배 적었다.

자녀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유방암을 오래 앓았다고 해서 우울증이 심해지지는 않았고 오히려 완화됐다. 유방암 유병 기간에 따라 우울증 자가 진단 검사법인 역학연구 우울척도(CESD-R) 평균 점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병 기간 1년 미만의 환자들의 평균 점수가 약 11점이었는데 5년이 넘는 환자들은 평균 5점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김효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은 암 치료에 전념하다 보니 보살펴줘야 할 자녀들을 더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데, 환자들의 유방암 진단과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는 큰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희정 유방외과 교수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상대적으로 좌절감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어린 자녀까지 있는 경우 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 등 정서적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진다"면서, "환자들의 정서적 문제가 치료 결과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녀에 대한 미안함 대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최근 실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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