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윤 "14kg 찌워 봤더니…이목구비 실종" [인터뷰+]

김소연 2024. 1. 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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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김백두 역 배우 장동윤
배우 장동윤/사진=소속사 제공

배우 장동윤이 큰 도전을 끝낸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장동윤은 31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마친 후 "백두로 지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며 "포항, 경주에서 촬영했는데 저에겐 익숙한 동네였다. 제 고향과도 가까워서 힐링하며 촬영했다"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를 담았다. 장동윤은 '과거 유망주', 현재는 '모래판 호구'가 된 김백두를 연기했다.

김백두는 씨름계 전설 김태백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씨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전국 어린이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곧장 어린이 씨름왕에 등극한 씨름 신동이었다. 운, 실력, 그리고 잘생긴 외모까지 희대의 씨름 스타가 될 만한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성인이 된 후 암흑. 변변한 타이틀 하나 없는 별 볼 일 없는 선수다. 은퇴 위기에서 오유경과 재회하며 씨름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장동윤은 씨름선수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태백급 선수에 맞춰 체중을 80kg까지 늘렸고, 제작발표회에는 완벽하게 감량한 모습으로 등장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장동윤은 "김백두 몸무게에서 5kg 정도 빼면 데뷔 전 제 몸무게였다"며 "10kg 살을 찌우는 게 어렵진 않았는데, 그 후 4~5kg을 찌우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살 찐 모습을 보니, 씨름선수 같은 느낌은 나는데 이목구비가 실종돼 '앞으로 관리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웃었다.

다음은 장동윤과 일문일답

배우 장동윤/사진=소속사 제공


▲ 14kg을 늘렸던 드라마가 끝났다.

과거에 비해 살을 찌우고 빼는 게 힘들어졌다. 제가 이전에 다이어트를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수월했고, 식단 관리도 잘했다. 그런데 뺄 수 있는 한계치 넘은 상태에서 빼려니 힘들었다. 그런데도 성공했다.(웃음) 촬영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다. 방영이 오늘 끝나는데, 아직까진 뭔가 끝난 거 같진 않다. 백두로 지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 포항, 경주에서 촬영했는데 저에겐 익숙한 동네였다. 제 고향과도 가까워서 힐링하며 촬영했다. 무탈하게 소중한 작품을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

▲ 달라진 모습을 봤을 때 느낌이 어떤가.

이목구비가 사라지더라. (웃음) 살찌면 안 되겠다 싶었다. 제가 원래도 동글동글한데, 조절하면서 살아야겠다 싶었다.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니까. 과하게 된 건 있더라. 제가 김백두 몸무게에서 5kg 정도 빼면 데뷔 전 제 몸무게였다. 근육도, 살도 조금 있는 스타일이었다.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은 건 맞다.

▲ 증량은 쉬웠다고 했다. 어떤 과정으로 했을까.

피자를 많이 먹었다. 치킨, 피자를 먹더라도 단백질이라 양심상 치킨을 더 먹었다. 피자는 탄수화물이라 덜 먹었는데, 이번엔 생각 안 하고 많이 먹었다. 촬영하면서 고향인 대구에서 지냈는데, 친구들을 만나며 평소보다 많은 음주를 했다. 관리를 안 한 거다. (웃음) 처음엔 많이 찌우고, 막 먹었다. 그러면서 운동하면서 근육을 뺐다. 10kg 정도는 2주 만에 쪘다. 그 위로는 조금 힘들었다. 80kg을 만들고 싶어서 조금 노력했는데, 양을 더 늘려야 하니까 힘들었다. 뺄 땐 한 달 걸렸다.

▲ 자유로운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한 건 처음 아닌가.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과거에 그런 생각을 했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역할을 한 번쯤 한다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보다 금방 찾아온 거 같다. 운동선수라 마구잡이로 먹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나이를 먹었다고 확실히 체감했다. 신진대사가 느려진 게, 아직도 건강하고 젊지만, 느껴진다. 관리를 해야겠다 싶었다.

▲ 몸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청춘, 로맨스를 보여줘야 했고, 사투리 연기까지 했다. 

김백두가 저에게 마냥 바보 같은 캐릭터가 될 거 같더라. (김진우) 감독님도 그걸 많이 경계하셨다. 실은 씨름에도 열정 있고, 생각이 있고,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이 넘쳐서 순수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사투리 설정이 경북에서 경남으로 바뀌었다. 제가 전라도 사투리도 하고 조선족 사투리도 했는데 경상도 사투리 내에서 '경남'을 하는 게, 더 어렵더라. 모르는 분들은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경상도 분들은 아니까. 그때 이주명 배우의 도움이 컸다. '찐' 부산 사람이라. 억양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수능 끝나고 통영에 여행 갔는데 '말투가 요상하다'고 느꼈다. 그 차이를 명확히 알기에 더 어려운 거 같다.

▲ 씨름 훈련은 어떻게 했을까.

용인대 체육학과에 씨름부가 있다. 상도 많이 받고 유명하다. 제작사에서 섭외해준 훈련 공간이었다. 촬영 두달 전부터 중간중간에도 계속 가서 연습했다. 씨름 장면을 찍을 땐 처음엔 노출이 조금 민망했다. 적나라하게, '빤스'만 입은 수준이니, 보조촬영자 포함해서 촬영진이 300명 정도 되는데 하니까. 그래도 금방 익숙해졌다. 데뷔 이후 최고 수위 노출이었다. 화면에 나온 걸 보니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씨름 선수의 모습이 보이는 거 같아서, 가장 많이 쪘을 때 확실히 그렇게 선수같이 보이긴 하더라.

▲ 씨름을 하면서 느낀 매력이 있나.

정말 '상남자' 스포츠다. 요즘은 편견 갖는 사람들이 적지만, 씨름이 힘으로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이 어디로 이동할지 파악하고, 선수를 치는 게 중요하다. 심리전에 가깝다. 씨름이 대역 쓰기 힘든 종목이더라. 다른 액션을 할 땐 부상 위험 등이 있어서 대역을 쓰기도 했다. 씨름은 티가 많이 난다. 노출도 있고. 그래서 제가 소화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드는 것도 직접 들어야 했고. 그게 힘들었다. 뒤집기 기술이 아무리 해도 안 됐다. 그래서 많이 공들였다. 그런데 제가 하체가 좋다. 씨름하기 좋은 체형이라고 하더라.(웃음)

▲ 몸이 부딪히는 장면을 많이 찍으면 친해진다고 하지 않나.

확실히 그렇다. '녹두전'때도 같이 액션 스쿨 다닌 멤버들끼리 친하다. 이번에도 씨름부원들의 돈독함이 있었다.

▲ 멤버들이 '아재' 개그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

실없는 소리 매번 하고, 근황을 보고한다. 밥먹는 사진, 메뉴 이런걸 올린다. 반응을 잘 안해준다.(웃음) 제가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 '으쌰으쌰'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가 리더형이다. 얘길 많이 한다. 이젠 익숙해졌는지, 제가 말을 안하면 이상하게 느끼더라.

▲ 실제 백두와 차이가 많은 거 같다.

김백두가 표현하는 연기적인 부분들도 제가 가진 걸 많이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촌스러운 부분이 있다. 대구 사람이라 그런지, 경상도 정서 이런 부분이 익숙하고 좋아한다. 그런 부분이 녹아서 캐릭터에도 표현이 됐다. 백두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나이도 동갑이고, 그 나이에 고민할만한 것들, 김백두는 씨름을 평행했지만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인물로 설정이 돼 있고, 저 역시 배우로서 삶을 고민을 할 때였다. 그런 부분에서 저와 닮았고, 표현에 있어서 많이 공감이 됐다. 백두가 '나도 이렇게 흐지부지 흘려보내 아쉽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제가 그렇게 후회하진 않지만 그런데도 고민한 부분은 많았던 건 맞다.

▲ 반대로 백두를 표현하면서 어려운 건 없었나.

유경에게 시원시원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가 씨름을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한다는 걸 남 앞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저는 솔직한 편이라 속마음을 숨기고 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정확히 말하는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 살짝 답답했다. 그게 백두의 매력이긴 했지만, 인간적으로 제가 보기엔 답답함도 느껴졌다.

배우 장동윤/사진=소속사 제공


▲ 이주명과 러브라인에 대해 아쉬움은 없을까.

저는 딱 그 정도가 좋은 거 같다.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에 좋은 텐션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부터 잘되면 애달픔이 없지 않나. 이 정도 선에 간당간당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게 두 사람의 텐션이었다.

▲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엎어치기를 당한다.

안전하게 잘 촬영했다. 이주명 배우가 운동신경이 있는 분이라 능숙하게 하더라. 그 장면뿐 아니라 씨름부도 엎어치기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잘했더라. 저는 지켜보는 입장이었는데, 진짜로 실제로 놀랐다. 호흡도 좋았다. 말에는 정서와 문화가 담기는데, 경상도 사투리로 단어의 뉘앙스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 너무 좋았다. 유경이가 서울말을 하며 연길 할 때보다 두식이로 사투리 연기를 할 때 더 좋았다.

▲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갈망을 '문명특급'에서 많이 언급했다. 작품을 하면서 해소됐을까.

전 일할 때 해소가 안 된다. 공과 사를 구분해서. 일할 땐 일만 생각한다.

▲ 마지막 회를 앞두고 범인에 대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감독님이 마지막까지 말씀을 안 해주셔서, 저도 거의 마무리할 때까지 몰랐다. 후반부를 찍을 때 알고 찍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뒤늦게 알게 됐다. 그만큼 철저하게 숨겼다. 저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시청자분들도 그 놀라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결론은 너무 만족스럽다. 늦더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는 '꽃이 핀다'는 메시지를 주려 한 거 같다.

▲ 다작을 이어왔는데, 올해 계획은 어떨까.

2022년, 2023년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목마름이 있었던 거 같다. 제가 배우 생활하면서 느낀 건데, 워커홀릭 기질이 있는 건 맞는 거 같다. 올해도 일 욕심을 많이 갖고, 할 거 같다. 물론 지난 2년처럼은 못할 거 같다. 진짜 힘들었다. 그런데도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지금까진 그 믿음에 의심이 되지 않는다. 더디지만 성장하는 거 같고.

▲ 그럼 결혼은 언제 하나. 일하면 다른 생각 못하는데.

그 고민은 항상 있다. 일생일대 숙제다. 때가 있지 않을까. 40세 전에는 하고 싶다. 결혼하면 커리어에 변화, 변곡점으로 생각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결부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저에게 배우는 '직업'의 하나같다. 직장인이 결혼한다고 일을 관두진 않지 않나.

▲ 운이 좋다는 평이다.

맞다. 운 좋게 데뷔하고, 낙천적으로 보이고. 그런데 저도 고민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데뷔 초엔 '뭘 하고 있나' 싶었다. 특정 인물에게 무시당하고,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순탄하게만 온 걸로 보시는 분들도 있더라. 지금도 좋은 연기, 좋은 배우인지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은 더 심화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 실력으로 밀리지 않고 싶다. 스스로 창피하지 않고 싶고. 그래서 방향에 대한 혼란이 없었으면 하고, 압도적으로 잘하고 싶다.

▲ SNS 운영도 시작했다.

이전엔 회사에서 운영했다. 사적인 영역을 보여주는 걸 선호하진 않았다. 그런데 배우로서 활동하는 걸 보여주는 건 의무이기도 해서, 그런 면에서 열심히 운영해보려 한다.

▲ 장동윤의 꽃은 피었을까.

아닌 거 같다. 전 개인적으로 전성기가 최대한 늦게 왔으면 한다. 그렇지만 꽃봉오리는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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