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한 사람의 영웅담 아닌 소시민의 성장 스토리 담았다"[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4. 1. 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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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덕희’서 보이스피싱범 응징하는 덕희 역 맡아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라미란이 영화 '시민덕희'로 연초 극장가에 사이다 한방을 시원하게 터뜨리고 있다. 영화 '시민덕희'(박영주 감독)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앞서 다수의 단편으로 주목받은 박영주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겪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시민덕희'는 개봉 첫날인 24일 6만110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 수는 9만1249명으로 영화 '외계인2'와 '서울의 봄', 외화 '도그맨' 등의 흥행 기세가 등등한 상황에서 얻은 성적이어서 이후 흥행 전망 또한 밝게 점쳐지는 모양새다. 극중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뜻하지 않은 화재로 재산을 날리고 두 명의 자녀를 부양하다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남은 재산까지 잃고 마는 덕희 역을 연기한 라미란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라미란은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말고 다른 배우가 안 떠올랐다. 저밖에 없는 것 같았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과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중국에 덕희 일행이 직접 가서 맞대응하며 총책을 잡은 부분은 실화베이스가 아닌 첨가된 스토리이지만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덕희라는 캐릭터가 너무 멋있더라.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던 덕희는 자신에게 실제 사기를 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지만 현지 상황을 제보하려는 재민(공명)에게서 직접 제보를 받아 경찰에 수사의 단초까지 제공하고 세탁공장 동료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봉림의 동생이자 칭다오 택시 기사인 애림(안은진) 등과 함께 직접 중국 칭다오 현지를 방문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추적에 나선다. 덕희의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뭉치는 4인방 일명 '덕벤져스' 조합은 '시민덕희'의 통쾌한 추적극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라미란은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과의 호흡에 대해 "저는 평소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 위트가 있고 유머 넘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실제 텐션은 낮다. 하지만 우리 현장에는 안은진이나 장윤주처럼 텐션 높은 배우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은진은 항상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장윤주는 거기에 화음을 쌓았다. 저와 염혜란은 흐뭇하게 바라보는 편이었다. 촬영 현장은 정말 재미있었다. 항상 네 명이 붙어있는 장면이 많다 보니 수다도 많이 떨었다. 슛이 들어가면 연기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저절로 연기가 되고 있더라. 덕희가 중국으로 직접 떠나게 되는 것도 절망의 끝에 놓인 상황에서 중국어가 되는 복림이 있고, 중국 현지에서 택시기사로 활약 중인 예림이가 있고, 함께 중국에 가서 해결하자고 조언하는 숙자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민덕희'의 이야기 구조 자체가 실화를 베이스로 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보이스피싱 조직 보스 검거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는 만큼 영화가 주는 울림과 메시지는 꽤 묵직하다. 특히 극의 엔딩에서 조직 보스 역을 연기한 이무생에 맞서는 라미란이 펼친 끝내기 한방은 관객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라미란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순간이랄까.    

라미란은 "제 부어오른 얼굴을 보시고 이무생 배우에게 실제 맞은 것 아니냐고 물으시던데 전혀 아니다. 하지만 촬영 중에는 정말 더 많이 맞는 장면을 찍었다. 액션 감독님이 합도 짜주시고 이무생과 합도 이미 맞춰보고 촬영하기에 당연히 잔부상이나 이런 것은 없다. 다만 저는 맞는 연기를 실감나게 하느라 리액션하면서 계속 목을 뒤로 젖혔더니 정말 뒷목이 아프더라. 액션연기를 할 때 나 자신만 흥분하지 않으면 부상을 입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무생 배우와는 영화 '스파이' 때도 함께 호흡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 특별히 호흡을 맞출 것도 없이 친한 상태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덕희의 실제 모델인 김성자씨와의 만남은 '시민덕희' 시사회 현장에서 이뤄졌다. 라미란은 덕희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는 철저히 시나리오에만 중심을 뒀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썼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김성자씨와는 이번 시사회 때 만났다. 촬영 전 따로 뵙지는 않았다. '시민덕희'에는 영화적 요소 많이 들어가 있어서 덕희라는 인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다"며 "김성자씨와 대기실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지금도 단단하신 분이더라. 저희 영화를 보고 큰 위로를 받으셨다고 해서 참 다행이라고 느꼈다. 촬영 중에는 실화 속 인물에게 폐가 되어서도 안되고 왜곡되는 일은 만들지 않으려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라미란은 덕희가 시민영웅으로 인지되거나 덕희의 활약을 영웅의 서사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저는 우리 영화를 인간 덕희가 얼굴을 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달콤한 유혹을 뿌리쳐서 자존감 지키는 일, 그 부분이 촬영하면서 가장 짜릿했다. 덕희가 영웅으로 보여지기를 바라거나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시민이 사기 피해자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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