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불임수술만 해도 저출산 해소 일조할 것"

이성주 2024. 1. 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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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of Academy 12 - 인터뷰] 대한남성과학회 손환철 회장
손환철 회장은 정계정맥류 수술만으로도 남성 난임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서울대 보라매병원]

"남성과학은 범위가 넓습니다. 산하 학회만 해도 전립선레이저연구학회, 비뇨기호르몬연구학회, 비뇨생식기통합기능의학연구회 등이 있으며 여성성건강연구학회도 우리 학회 식구입니다. 전립선, 방광 등의 병과 수술 뒤 성기능과 배뇨장애 등도 연구하고 있지요. 정관복원술을 뛰어넘어 정계정맥류 수술로 난임 해결에도 일조하고 있고요."

대한남성과학회 손환철 회장(서울대 보라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남성과학이 저출산 해결의 주요 열쇠이지만, 사회적으로 경시되고 있는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남성과학의 성과에 따른 치료 방향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성불임 치료 않고 시험관시술 안타까워"

그는 "불임은 남녀 가운데 한쪽에서만 오지 않으며 이론적으로는 최소 40% 이상은 남성이 원인"이라면서 "남성에게 문제가 있다면 남성에게서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인데, 불임 환자는 남성 8만5516명, 여성 15만3085명으로 진단됐다. 남성이 여성의 56%에 불과했고 치료비는 여성 1인당 321만4829원인 반면 남성은 21만3812원 밖에 되지 않았다.

"이 통계자료를 해석하면 남성은 불임 원인 진단도 덜 받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불임 원인이 남성에게 있어도 남성에게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곧바로 남성 고환에서 정자를 뽑아내 실험실에서 난자와 수정시킨 뒤 배아를 여성 생식기에 주입, 시험관 시술에 들어가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 비아그라를 먹는다고 임신 성공률이 높아지지도 않고….

"발기부전치료제를 먹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발기부전과 불임은 원리가 전혀 다르다. 남성 불임의 상당 부분은 고환 정맥 혈관이 엉키고 부풀어 있어 혈액이 잘 흐르지 않아 생식세포를 파괴하는 '정계정맥류(精系靜脈瘤)'가 원인이다. 남성 불임은 정계정맥류 수술만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데 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로 들어가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되짚어봐야 한다."

-남성의 정계정맥류가 원인일 때 ICSI를 하면 무슨 문제가 있나?

"정계정맥류는 확립된 방법에 따라 수술하면 큰 부작용 없이 정자의 양과 활동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ICSI를 받기 위해 고환에서 정자를 뽑아내려고 바늘로 찌르면 정관, 부고환 등의 조직에 손상이 가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체외수정(In Vitro Fertilization)을 하면 여성은 매일 주사를 맞는 '호르몬 샤워의 고통'을 겪어야 하고 암 발병 위험 등도 감수해야 한다."

-남성 불임일 때 정계정맥류 치료가 대안이라는 이야기인가?

"100% 해결해줄 수는 없다. 유전적으로 정자의 운동성이 없다면, 고환의 정자를 추출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유전자의 돌연변이 부분만 스마트 치료제로 교정하거나 유전자가위 치료법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제는 큰 고민 없이 ICSI로 향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정관절제술을 받았다면 정관복원만 하면 되는데, 어떤 사람은 그런 노력도 없이 ICSI의 길로 간다. 그래선 안 된다."

-남성과학회 학자들의 성기능장애에 대한 연구 경향은 어떠한가? 발기부전 치료제는 다 나왔고 조루증도 치료제가 나온 것 같은데….

20~30대, 조루증약 사용 소극적인 이유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수많은 약이 처방되고 있다. 노인성 질환에 가까워서 장년, 노년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지만, 조루증은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에게 많다. 20, 30대는 효과가 극적이지 않은 데에는 돈을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세계적으로 각국 보건당국 허가를 받은 조루증 치료제도 거의 처방되지 않는 듯하다. 현재 논문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전립선, 방광 등의 치료 때 성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로봇수술이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돼 기존 수술에 비해 성기능, 배뇨기능 등을 보존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남성과학에서 배뇨 문제도 다룬다고 했다. 주위에서 50대에 들어서면 밤에 꼭 한두 번 깨어나서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이가 들면서 잠이 얕아지는 것은 진화의 산물이 아닐까? 적이나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야 하므로. 전립선질환 때문에도 야간빈뇨가 생길 수 있으며 정도가 심하면 비뇨의학과 의사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야간빈뇨의 큰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론적으로는 그럴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묘하게도 물을 많이 마시면 인체의 어디가 좋아진다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반면 수분을 제한하면 야간빈뇨 증세가 완화된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따라서 밤에 화장실에 자주 가는 사람은 가급적 밤늦게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현재 학회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계정맥류와 페이로니병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앞두고 있다. 정계정맥류는 일반인도 30% 정도 갖고 있는 흔한 질환이며 불임 때에는 반드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 페이로니병은 음경 안에 생긴 섬유화 결절이 팽창을 방해해서 발기할 때 음경이 구부러지는 병이다. 이른바 '바나나 음경'이라고 하며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추문' 때 유명해진 병이다. 일부는 여성에 자극을 잘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상당수는 발기하거나 사정할 때 아플 수 있으며 만족스러운 성생활에 방해가 된다. 중년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과거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다. 상태에 따라 약을 먹거나 주사치료, 수술 등으로 치료한다. 이 증세로 성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끙끙대지 말고 비뇨의학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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