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중 나가버린 감독…“사우디서도 나가라” 현지인들 분노
한국 축구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가운데 로베르토 만치니(60·이탈리아) 사우디 감독이 승부차기 도중 경기장을 나가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선임된 만치니 감독의 연봉은 2500만 유로(약 361억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아시안컵뿐 아니라 전 세계 감독 중에서도 최고 연봉이다.
31일 만치니 감독 인스타그램 등에는 당시 행동을 비판하는 사우디 축구 팬들의 항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만치니 감독의 모국인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아랍권 다수의 외신 매체들도 일제히 이례적인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새벽 열린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에 1대1로 정규시간 동안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이 동점 골을 넣고, 골키퍼 조현우가 승부차기에서 2개의 선방을 해내며 승리를 거뒀다. 아시안컵에서 사우디를 꺾은 건 36년만이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중 사우디 4번째 키커가 실축하자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국 4번째, 5번째 키커가 모두 실축하고 사우디 5번째 키커가 성공하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사우디 현지 축구 팬들은 만치니 감독 인스타그램 등에 몰려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 사우디 팬은 “우리가 졌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은 우리와 함께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우디 팬은 “사우디에서 나가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외에도 “그런 상황에 선수들을 혼자 두는 것은 비겁하다” “그 순간에 왜 떠났나? 실패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나?” “우리가 패한 첫 번째 이유는 너다. 모든 책임은 너에게 있다” “사우디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는커녕 좌절시키는 감독은 처음 봤다” “당신은 우리 선수들에게 등을 돌렸다. 한 푼도 받을 자격이 없다” “도망쳐라 겁쟁이야, 당신은 사우디의 반역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팬은 욕설을 하며 만치니 감독에게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31일 사우디 현지 매체 사우디 가제트(Saudi Gazette)에 따르면 사우디 축구 연맹(SAFF) 회장 야세르 알 미세할은 만치니 감독이 승부차기가 끝나기 전에 경기장을 떠난 것에 대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알 미세할 회장은 “감독의 퇴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와 논의할 것이다. 그런 다음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만치니 감독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열심히 하려고 했던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나갔다”고 답했다.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우리 팀도 잘했지만 상대가 더 강했다”고 했다.
한편 만치니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 3연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스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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