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할매래퍼’처럼 힙하게 젊게···노인회, ‘칠곡형 K-할매 콘텐츠’ 도입

김현수 기자 2024. 1. 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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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랩 활용 ‘치매예방 프로그램’ 개발
어르신들 “우리도 랩 하고 싶다” 문의 쇄도
200억원 규모 ‘칠곡할매문화관’ 건립 쾌거
경북 칠곡 북삼읍 어로1리 보람할매연극단 소속의 최순자 할머니(가운데)가 지난해 7월 마을 공연장에서 개최된 ‘1080 힙합 페스티벌’에서 힙합 공연을 펼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수니와 칠공주’와 ‘보람할매연극단’ 래퍼들이 지난해 11월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펼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소밥 주다 개밥 줘. 개밥 주다 소밥 줘. 그래도 난 연습해, 랩을 매일 연습해.”(보람할매연극단)

“황학골에 셋째 딸로 태어났쓰! 오빠들은 모두 공부 시켰쓰! 딸이라고 나는 학교 구경 못했쓰!”(수니와칠공주)

경북 칠곡 할매래퍼들이 내뱉는 거침없는 랩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랩을 활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개발된 데 이어 대한노인회가 ‘칠곡형 K-할매 콘텐츠’를 도입하기로 했다.

칠곡군은 대한노인회 중앙회와 지난 30일 서울시 용산구 대한노인회 회의실에서 ‘K-할매 콘텐츠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대한노인회는 칠곡할매 래퍼 등 할머니의 활동을 ‘K-할매 콘텐츠’로 이름을 짓고 노년층을 대상으로 힙합을 권장하기로 했다. 칠곡 할머니들의 힙합 활동을 전국 지회에 전파하고 회원들에게 랩을 가르치는 교실을 운영하는 등 노년층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호일 대인노인회장(오른쪽)과 김재욱 칠곡군수가 지난 30일 ‘칠곡형 K-할매 콘텐츠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앞서 칠곡군 왜관읍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는 전국 최초로 랩을 활용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내놨다. 정규 교육과정에 랩을 채택해 센터를 이용 중인 어르신들에게 일주일에 두차례 랩을 가르친다. 반복되는 가사를 암기하고 간단한 손동작으로 춤을 추는 랩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소견도 받았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칠곡 할머니들은 노년층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K-할매 콘텐츠로 노년층이 인생 2막을 주체적이고 풍요롭게 가꿀 수 있도록 칠곡군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칠곡군에는 평균 연령 85세의 8인조 할매 래퍼 ‘수니와칠공주’와 세대교체를 통해 77세에서 67세로 평균 연령이 낮아진 ‘보람할매연극단’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두 그룹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랩에 도전한 할머니들이다. 대통령 글꼴로 알려진 ‘칠곡할매글꼴’ 제작에 참여한 어르신들이기도 하다.

두 그룹의 활동이 세간의 화제가 되자 “우리도 랩을 하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해 11월 할머니 10명과 할아버지 3명 등 13명이 결성한 88세의 혼성래퍼 그룹 ‘우리는 청춘이다’를 포함에 칠곡에는 5개의 어르신 힙합그룹이 활동 중이다.

칠곡 할머니들의 활약은 200억원 규모의 ‘칠곡할매문화관’ 건립도 이뤄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로 김재욱 칠곡군수와 할머니들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어르신들의 평생 학습을 위한 공간인 할매문화관 건립을 약속받았다.

김재욱 칠곡군수는“어르신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K-할매 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람할매연극단(오른쪽)’과 ‘수니와 칠공주(왼쪽)’ 래퍼들이 지난해 11월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펼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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