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불분명한데 명분만"…홀드백 법제화, 단통법 전철 우려

이정현 2024. 1. 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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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정부 발표 전망에 의견 수렴 불충분 지적 제기
영화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영화산업에서 '한국판 홀드백'을 법제화한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명분만 내세웠다가 음성적으로 부작용을 키워 10년 만에 사라질 운명에 처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단통법'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홀드백은 한 편의 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일반적으로 영화는 극장→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TV 채널 순으로 유통되는데, 극장에 상영되는 기간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위축된 한국 영화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다음 달 중 홀드백 준수 의무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지는 한국 영화를 극장 개봉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OTT를 비롯한 다른 채널에서 시청자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전체 영화가 아닌 정부가 지원하는 모태펀드 투자작 대상으로 한정하고 제작비 30억원 이상 작품을 제외하는 등 예외 규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창작 생태계에 속한 다양한 당사자 중 대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편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개 대형 극장 체인의 입장이 과도하게 대변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패 사례로 판명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와 유사하게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통법의 경우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모든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저렴하게 살 것이라는 명분을 갖고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 성지만 낳은 채 10년 만에 폐지의 길에 접어들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역시 전통시장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쿠팡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에 대한 대형마트 역차별이 발생했다.

미디어연구소 다이렉트미디어랩의 한정훈 대표는 "클릭만 하면 전 세계 영화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경우에도 홀드백으로 자국 영화가 침체기를 겪고 있다"며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극장을 보호하기보다 창작자를 보호해야 한다. 미국은 프랜차이즈세를 매긴다. 스트리밍이 보상하게 하는 방안인데, 지역극장과 창작업계를 함께 고려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창작자 측면에서도 극장 흥행을 자신할 수 있는 소수 창작자는 홀드백 법제화를 환영할 수 있으나, 영화관에서 많은 관객 동원을 담보하기 어려운 신진 창작자의 경우 홀드백으로 인해 영화 개봉 채널이 줄어들면서 제작에 참여할 기회가 더 줄어들 수 있다.

투자자의 경우에도 극장 개봉 이후 OTT 등 다양한 채널에 영화를 유통해 추가수익금을 올리기까지의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저하될 수 있다.

한 유력 영화 투자·배급업체 관계자는 "홀드백의 근본적인 명분에는 동의하나 법제화를 통해 정부가 유통 질서에 과다하게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극장들이 절대적인 약자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통법으로 인해 불법 성지가 활성화됐던 것처럼, 홀드백 법제화로 불법 '누누티비'가 재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홀드백으로 한국 영화가 극장에서만 상영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여러 경로로 해외 영화를 더욱 많이 접하게 될 수도 있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통화에서 "홀드백 법제화의 의도는 선할 수 있으나 명분만 있을 뿐 기대효과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며 "자율적인 시장 전략에 반해 정부나 제3의 기관에서 인위적으로 정하는 것은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슷한 취지의 법들이 실제로 중소업체들을 보호했는지, 오히려 음성적인 것들을 양산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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