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교형” “친족 같은 관청 근무 금지”···조선 후기 민⸱형사소송 실무지침서 ‘결송유취보’ 완역
조선 후기 민형사소송법서 <결송유취보(決訟類聚補)>가 최초로 완역돼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31일 “그 내용과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해제와 해설도 수록한 신간 <결송유취보 역주>(전경목·김경숙 외 역)를 펴냈다”고 알렸다.
<결송유취보>는 의령현감 이지석(1652~1707)이 1649년 편찬된 <결송유취(決訟類聚)>를 증보해 1707년 개간한 사찬 소송법서다. 전경목(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과 김경숙(서울대 교수) 등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서울대 연구팀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동안 번역, 수정과 첨삭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원은 책을 두고 “우리나라 최초의 통일 대법전인 <경국대전>(1458) 이후 확립된 소송법규를 종합 정리해 조선 후기 새로운 국법체계를 수용한 <속대전>(1746)이 편찬되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 <결송유취보>”라고 밝혔다.
<결송유취보>는 총 42조목 516조문으로 구성됐다. 연구원은 몇 가지 사례를 전했다. <대명률(大明律)> 등에 나온 것들이기도 하다.
친족 간 같은 관사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다룬 게 ‘상피(相避)’ 조목이다. 연구원은 “당시 관직에 있는 사람에게 ‘청렴’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고, 상피는 청렴을 최우선 덕목으로 여긴 행정적인 노력이었다. 상피는 오늘날에도 공정사회 실현의 중요한 선례로 자주 소환된다”고 했다.
강간과 간음은 무겁게 처벌했다. “강간하면 교형(죄인의 목을 형구로 옭아매어 죽이는 형벌)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화간하거나 조간(꾀어내어 간통)하면 남성과 여성에게 같은 죄를 준다” “12세 이하 여자아이를 강간하면 비록 합의하였을지라도 (어른에 대한) 강간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논한다”고도 했다.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두고는 서인이나 노비가 “자기의 위세를 믿고 사족(士族·사대부가 될 수 있는 혈족)을 능욕하거나 구타하면 전가사변(全家徙邊·죄인과 그 가족을 평안도나 함경도로 강제 이주시키는 벌)에 처한다”는 내용도 들었다.
다음은 연구원이 전한 다른 사례들이다.
# [2. 말로 다투다가 때림] 다른 사람의 지체(손이나 발, 허리나 목)를 부러뜨리거나 어긋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한쪽 눈을 멀게 하면 장 100·도 3년에 처한다. (<대명률> 325 투구)(73쪽)
# [5. 시체의 상처를 검사하고 살핌] 목이 졸려 죽게 되면 본래 시체는 입이 벌어지고 눈을 부릅뜨며, 목 주위에 졸린 흔적이 검은색이고 두레는 몇 촌, 깊이와 너비는 몇 푼이 된다. 식도가 꺼지고 목에 상흔이 울러 교차되어 있으면 이는 남에게 목이 졸려 살해된 것이 틀림없다. (<무원록>)(89쪽)
# [6. 남의 태아를 떨어뜨려 죽게 함] 남의 태아를 떨어뜨려 죽게 한 경우, 태아의 형상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면 장 100, 이미 형상이 이루어졌으면 장 80·도 2년에 처한다. (<대명률>325 투구)(95쪽)
# [7. 도적] 소나 말을 훔치면 절도 50관의 법례에 따라 장60·도 1년에 처한다. 죄를 범한 도적은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섬으로 보내 도형에 처하고 영구히 노비로 삼는다. 부가형으로 ‘절도’ 두 글자를 (오른쪽 팔뚝의 안쪽에) 자자(刺字)한다. (<대명률> 293 도마우축산)(97쪽)
# [14. 거짓을 행하기 위해 위주?사칭함] 화폐를 위조하면 수범이나 종범을 구분하지 않고 참형에 처하며, 와주(窩主, 강도나 절도를 숨겨주는 사람) 및 실정을 알고도 사용한 이는 모두 참형에 처한다. (<대명률>381 위조보초)(121쪽)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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