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플까?'... 내 몸에 귀를 기울여 봐요

2024. 1. 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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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예병국 청주연세재활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오늘은 ‘당신은 왜 아플까?’라는 주제로 다소 깊고 무거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아프다’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아픔을 경험하게 되고, 그 아픔은 나를 괴롭게 할 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픔’이라는 것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이자 ‘학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 ‘아픔’을 통해 깨닫고, 후회하고, 조심하면서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그럼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과 그 아픈 이들의 사연이 있을까요?

오십견 때문에 팔이 올라가지 않아 몇 달 동안 한손으로 머리를 감았던 환자. 자식 학비 번다고 허리가 아파도 병원도 잘 안 가고 참으면서 일하는 환자. 기계 속에 손이 들어가 손 모양이 사라지고 손가락이 절단되어도 마치 손가락이 있는 것처럼 통증이 지속되던 환자.

전기톱에 손목이 절단되어 힘든 재활치료를 하면서도 항상 환한 웃음을 보여주던 환자. 시합 성적 때문에, 감독님 눈치 보느라 아파도 계속 훈련할 수밖에 없던 육상선수. 시합 중 부딪히면서 신경을 다쳐 발목 마비로 은퇴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축구선수.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루 15시간을 공부하다가 목,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는 로스쿨 학생. 내일모레가 경찰 실기 시험인데 훈련하다가 햄스트링을 다쳐서 좌절하던 환자. 알 수 없는 두통으로 오랜 기간 병원을 전전긍긍하면서 마약성 진통제까지 복용했던 환자.

팔꿈치 통증으로 수년 동안 안 맞아본 주사가 없을 정도로 만성이 되어버린 환자. 등 통증으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잠을 못 잘 정도로 고생하던 환자. 급격히 체중이 빠지면서 발바닥이 아파서 걷기 힘들다는 환자.

용하다고 치료받아 보겠다고 먼 곳에서 힘들게 내려오신 환자. 명절에 시댁 가기 전에 꼭 어깨가 아프고 몸에 힘이 없어서 활력주사를 맞는 환자. 아이가 한쪽으로만 봐서 머리 모양과 목, 척추 근육에 문제가 생긴 사두, 사경아기.

남부러울 것 없는 경제력과 명예를 얻었지만 뇌손상으로 하루 아침에 휠체어 생활을 하며 몸과 마음, 그리고 가족마저 지쳐 무너진 환자. 15년간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뒷바라지로 허리가 아프지만 병원한번 못 다녔던 환자. 너무 오랫동안 아프고 치료가 안되어 신내림 굿까지 받은 환자...

저는 통증 진료를 하는 의사이지만 이렇게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각각의 사정과 이야기는 무수히 많고 때로는 너무 안타깝고 가슴 먹먹하여 눈물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아픔이 꼭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삶이 망가지면서까지 통증으로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충분히 통증은 예방할 수 있고 관리 할 수 있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끔 환자들은 잘 낫지 않는 통증을 이야기 하면서 ‘내 팔자고 운명인가 봅니다’ 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질병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보통 몸이 평소와는 다르다고 느끼는 여러 신호들이 미리 조금씩 나타납니다.

저는 이 때를 하늘이 내려준 “최소의 기회”라고 부릅니다. 이런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평소대로 술을 마시고 과로하고 진통제만으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방심한다면, 나중에는 질병이나 통증이 한층 더 깊어지고 복잡해집니다.

강력한 진통제로 가려버린 미뤄뒀던 문제들이 나중에 지독한 독을 품은 독사의 모습으로 고개를 쳐들고 나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치료보다는 예방의 시대입니다. 코로나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들이 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처럼, 통증도 몸이 작은 신호들을 보낼 때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미리 문제를 찾고 치료하고 예방을 해야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통제만 처방해 주는 곳은 피해야하고, 또 진통제만 복용하면서 버티는 습관도 버려야 합니다.

이러한 통증의 흐름을 이해하고 문제들을 해결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원을 꼭 잘 선정하여 하늘이 내려준 “최소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랍니다.

결국 당신이 건강해야 당신의 가정과 사회가 평안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당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예병국 청주연세재활의학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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