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보이스피싱, 피해자 잘못 아니라 말하고 싶었어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4. 1. 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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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영화보다 강한 실화, 선택한 이유는?
2. 제목은 ‘시민덕희’인데, ‘덕희’가 해결하지 못한다?
3. 라미란부터 안은진·이무생까지, 화려한 라인업 비결은?
영화 ‘시민덕희’ 중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촬영 종료 4년 만에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지만, 영화의 힘을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화의 힘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영화적 구현에 대해 아쉬운 마음도 나타내고 있다.

스포츠경향이 최근 만난 박영주 감독은 ‘시민덕희’와 관련된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에 똑부러진 대답을 내놨다.

영화 ‘시민덕희’ 연출한 박영주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쟁점1. 가해자의 제보 전화로 일망타진된 실화, 왜 선택했나

이 작품은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김성자 씨도 가해자의 익명 제보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았고 피해 금액 또한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은 이 실화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하고는 개봉까지 총 7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실화를 듣고 많이 놀라웠어요. 실제로 피해자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내가 왜 알아보지도 않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돈을 보냈을까’란 자책감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경찰이 믿어주지 않아서 또 상처받기도 했고요. 그에 비해 사회는 전반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가볍다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피해자들이 더 주눅들고 스스로를 탓하게 될 수밖에 없죠. 영화에서도 대놓고 대사로 넣었는데,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극 중 덕희가 ‘이게 내 잘못이냐’라고 당당하게 되묻는데, 실제 피해자들도 그런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는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었거든요. ‘날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래서 무너지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그 누구도 날 무너뜨릴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가지라는 말을 건네려고 했어요.”

영화 ‘시민덕희’ 연출한 박영주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쟁점2. 빌런 소탕에 ‘재민’(공명)의 몫이 더 컸다?

‘시민덕희’란 제목과 달리 악당들을 소탕하는 데에 있어 제보자인 ‘재민’의 몫이 크게 설계돼 카타르시스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나리오 쓸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하긴 했어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조한 실화를 조금 더 살리고 싶었는데, 실화에선 ‘익명의 제보자가 전화했다’고만 되어있었거든요. 이를 영화적인 개연성으로 풀어내야 했는데, 재민이 어떤 캐릭터여야 ‘덕희’에게 전화했을 때 납득이 될까 생각했죠. 아마도 ‘재민’이 보이스피싱 조직 안에서 안주하는 게 아니라 죄책감을 느끼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거로 설정했고요. 만약 재민이 제보만 하고 덕희가 더 많은 활약을 했다면 개연성에서 문제가 생겼을 거예요. 그 균형감을 찾는 게 어려웠고요. 또 제목이 ‘시민덕희’니까 시민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개연성을 최대한 깨지 않으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찾기 위한 선을 유지하려고 했죠.”

영화 ‘시민덕희’ 중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쟁점3. 라미란과 염혜란, ‘쌍란즈’로 꾸린 이유

이번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개봉까지 걸린 4년여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주연을 맡은 라미란은 말할 것도 없고, 염혜란, 안은진, 장윤주, 이무생 등도 배우로서 그 독특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라미란을 떠올렸어요. 출연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뤄져서 정말 신기했죠. 또 평소에 염혜란의 팬이었는데 제 영화에 캐스팅되니 꿈인가 싶었어요. 제가 인복이 좋은 편이거든요. 하하. 베테랑 스태프들이 붙었고, 이 영화를 찍은 이후 배우들도 더 잘 됐잖아요. 제가 캐스팅 제안할 때 배우들의 이력보다는 눈빛이나 에너지를 보는데 그게 통했나봐요. 기운이 좋다는 느낌에 캐스팅했던 과거의 나를 칭찬해보겠습니다.”

‘시민덕희’는 전국 극장가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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