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마이크로로봇, 위치제어법 스스로 터득… 치료제 정확하게 전달[Science]

노성열 기자 2024. 1. 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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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최홍수 교수팀, AI로 ‘마이크로로봇’ 정밀제어 개발
전자기 구동시스템에 전류 흘려
복잡한 수학적 모델링 없이 제어
AI, 시행착오 통해 최적전략 학습
기존보다 50% 빠른 속도로 이동
표적위치 오차도 40%가량 줄여
1월 인공지능 국제학술지에 게재
그래픽 = 송재우 기자  

1966년에 매우 선구적인 개념의 공상과학(SF) 영화 한 편이 나왔다. ‘마이크로 결사대(Fantastic Voyage)’라는 제목이 달린 이 영화는 잠수정을 세포 크기로 축소해 사람의 몸속에 투입한 후 혈관 속에 쌓인 혈전을 제거하는 내용이었다. 보통 물체를 아주 작은 마이크로 단위로 축소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빼고 나면 위험한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체내 치료의 미래상을 보여줬다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세포 크기의 초소형 정밀기계를 제작하는 기술(MEMS·Micro-Electro Mechanical Systems)과 반도체의 발전으로 인해 로봇과 구동 장치를 초소형 크기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나노 로보틱스(Micro/Nano Robotics) 로봇은 이미 약물 및 세포 전달, 비침습적 진단, 그리고 표적 치료 등 의공학 분야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존 로봇은 모터를 작동하는 회로와 전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마이크로·나노 크기로 제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전력을 빛, 소리, 자기력 등으로 대체하면 무선으로 작동과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소형 로봇의 제작과 구동이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생체 내 조정이 어려웠던 난점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으로 돌파하는 신기원도 이뤄졌다.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AI가 알아서 최적의 위치를 찾아가는 일이 현실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팀이 복잡한 계산 없이도 의료용 마이크로로봇을 인체 내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구동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최홍수 교수(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이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한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자성(磁性) 마이크로로봇의 3차원 위치를 자동으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공신경망이란 두뇌의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해 만든 AI 알고리즘을 말한다. 강화학습은 마이크로로봇의 행동에 따른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보상을 시행착오를 통해 최대화해 최적의 전략을 찾는 방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AI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1월 11일 게재됐다.

자성 마이크로로봇은 외부 전자기 구동시스템(Electromagnetic Actuation Systems)에서 생성되는 자기장과 자기력으로 무선 제어한다. 이것이 바로 신체 밖에서 자기장을 걸어 인체 내 치료 인자를 목표 지점까지 전달하는 정밀 표적 치료다. 그러나 혈관, 종양 등 인체 내 동적인 환경에서 마이크로로봇을 목표 위치까지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복잡한 모델링 또는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활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갖는 마이크로로봇 특성상 개별 로봇에 맞는 적절한 구동 체계를 각각 수립해야 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복잡한 수학적·물리적 모델링 없이도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범용적 방법을 고안, 마이크로로봇의 3차원 정밀 위치 제어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강화학습 기반의 인공신경망을 개발했다. 개발된 인공신경망은 전자기 구동시스템에 전류를 직접 인가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로로봇을 구동, 그 결과를 직접 평가함으로써 마이크로로봇의 3차원 위치 제어법을 스스로 학습했다. 학습된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결과, 마이크로로봇이 종래의 제어 방식을 사용한 경우보다 약 50% 빠른 속도로 목표 위치에 가까이 접근했다. 또 기존의 제어 방식보다 약 40% 더 작은 위치 오차를 보였다. 마이크로로봇을 인체의 맥박을 모사한 초당 1.5㎜의 흐름 속에서도 진행 방향과 무관하게 원하는 경로로 정밀 이동시킬 수 있었다. 자동 생성된 경로는 움직이는 장애물과 같은 주변 환경에 따라 목표 위치까지 실시간으로 재생성됐다. 최 교수는 “강화학습 기반의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구동 방법이 종래 제어 방식보다 마이크로로봇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적은 시간과 자원으로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로봇과 전자기 구동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적인 구동 체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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