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추락사… 자살일까, 아내의 계획살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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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해였다.
이 영화는 '기생충'처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오스카상을 향해 맹렬히 전진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해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 즉 창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내는 법정 진술을 통해 남편은 녹음을 남겨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지만, 결말이 결여된 양극단의 '소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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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해였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석권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2023년과 2024년의 유력한 주인공인 ‘추락의 해부’(연출 쥐스틴 트리에·사진)가 31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기생충’처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오스카상을 향해 맹렬히 전진하고 있다.
눈으로 뒤덮인 한적한 프랑스 시골 마을. 한 남자가 추락했다. 집엔 유명 작가인 아내와 시각장애 아들, 그리고 강아지밖에 없었다. 창의 높이나 피가 튀긴 흔적을 봐서 단순 사고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 결국 아내가 죽였느냐, 남편의 자살이냐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진다.
전형적인 법정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감독은 진상 파악엔 관심이 없다. 사건은 목격자도 증거도 자백도 없이 오로지 정황뿐이다. 시각장애가 생긴 아들로 인한 갈등, 아내의 성공에 대한 남편의 질투, 아내의 외도, 재정적 문제, 우울한 남편과 무정한 아내의 태도 등이 변론과 녹음, 회상 등 다양한 영화적 기법으로 관객들에게 제시된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 보니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소설’을 쓰기 바쁘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민낯이 노출되고, 유명 작가인 아내의 명예는 추락하며 가족 구성원의 속내가 해부된다.
그리고 영화는 ‘해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 즉 창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부 관계의 모든 것을 샅샅이 해부하려는 법정에서 공백으로 비워진 단 하나의 부분은 남편이 추락하는 대목이다. 아내는 법정 진술을 통해 남편은 녹음을 남겨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지만, 결말이 결여된 양극단의 ‘소설’일 뿐이다. 결국 서사의 마지막 공백을 메우는 건 제3자인 아들 다니엘의 몫으로 남는다. 다니엘은 최후 진술에서 “어떻게 그랬는지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면 정황을 봐야 해요”라고 말한다. 그는 믿음으로 판단하고, 한쪽 결론을 선택한다. 그는 나름의 서사를 완성했고, 이야기의 시작이 누구든 상관없이 이 이야기는 다니엘의 것으로 남는다.
산드라 역의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는 강인하면서 예민한 작가로 복합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관계의 단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제시하는데, 군데군데 청각적 요소를 효과적으로 개입시키며 영화적 즐거움을 준다. 특히 부부의 언쟁이 녹음된 녹취록을 법정에서 들려주는 대목은 압권. 플래시백으로 부부의 당시 모습을 보여주다 돌연 법정 인물들을 비추며 청각적으로 둘의 대화에 몰입하게 하고, 관객이 배심원처럼 제시된 사실 너머 특정한 인상을 품게 만드는 솜씨가 훌륭하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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