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구속영장 청구→기각' 김종국-장정석 파문, KIA 앞으로 어떻게 되나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각각 기각했다고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유 부장판사는 둘에 대해 "금품수수 시기 이전의 구단에 대한 광고 후원 실태, 본건 후원 업체의 광고 후원 내역, 시기 등 일련의 후원 과정 및 피의자의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춰 살펴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있는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 및 물의 야기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피의자의 심문 태도, 피의자의 경력 등에 의할 때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KIA 타이거즈와 후원 계약을 맺은 A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후원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커피 업체는 야구장에 업체 이름을 딴 홈런장을 운영했으며, 유니폼에 광고도 부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종국 전 감독은 같은 해 6월에 A 업체의 회장을 만나 견장 광고를 제안한 뒤 장 전 단장에게 이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구단을 통해 광고 진행 상황까지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종국 전 감독은 수차례에 걸쳐 총 1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했으며, 장정석 전 단장은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했다. 구체적으로는 김종국 전 감독의 경우, 시즌이 한창인 2022시즌 7월에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업체 회장을 만나 100만원권 수표 60장, 6000만원을 받은 정황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KIA는 지난해 개인 비리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런데 아직 시간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개인 비리 사태가 터지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은 2022년 박동원과 연장계약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KIA 구단은 관련 내용을 파악한 뒤 징계위원회를 소집했고, 장 전 단장은 사퇴 의사를 전하면서 서면으로 구단에 본인의 입장을 전달했다. 당시 KIA 구단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었으나, 대화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사실관계 확인 후 이날 오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장 전 단장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박동원과 감독, 프런트로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지난 2022년 4월 트레이드에 성공했고 연장 계약까지 노렸다. 하지만 시즌 중부터 계속된 다년 계약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박동원은 결국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4년 65억원을 받으며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KIA도 고개를 숙였다. 당시 KIA는 입장문을 통해 "팬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KIA 타이거즈는 최근 불거진 장 단장의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 KIA 타이거즈 팬 여러분은 물론,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또한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리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돼 리그 모든 구성원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KIA 타이거즈는 즉시 사실 관계를 파악하였으며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금품 요구는 정당화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징계위원회를 개최, 곧바로 해임 조치했습니다. 구단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구단 임직원 및 선수단의 준법 교육에 더욱 힘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고 KIA 타이거즈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KBO는 당시에도 '덮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KBO 리그 전체의 신뢰 회복을 위해 발빠르게 대응한 바 있다. 당시 KBO는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두 사안(장정석 전 단장 및 불법 도박 제보 건)의 의혹이 철저히 밝혀진 후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상벌위원회 등을 통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사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야구 규약에 의거해,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면 그만일 수도 있었지만 KBO는 당시 상황을 대단히 엄중하게 인지한 뒤 단호하게 대처했다. 허구연 KBO 총재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이제 예전처럼 그냥 덮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받고, 명확하게 수사 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리그 구성원들의 불법, 부정, 품위손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예방 교육에 더 노력하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30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배임수재 혐의를 받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 2~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둘의 범행 정황을 포착한 뒤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024시즌 다시 한 번 힘찬 도약을 노린 KIA로서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사실 김종국 감독의 부임 첫해인 2022년 KIA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해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치면서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긴 했으나, 단 1경기만 치르는 데 그쳤다. 당시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2-6으로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김종국 감독 부임 2년차인 2023시즌에는 시즌 초반부터 좀처럼 상위권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팀의 단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떠나면서 어수선한 상황을 맞이한 것도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급기야 6월 말에는 10개 구단 중 9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김선빈과 정해영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뼈아팠다. 결국 KIA는 73승 2무 69패로 승률 0.514를 마크하며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KIA는 심재학 단장의 지휘 하에 이번 스토브리그를 알차게 보내며 2024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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