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양현종 작심 발언 "로봇 심판+피치 클록, 부정적 생각 많이 든다"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2024. 1. 3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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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KIA 양현종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내가 감히 투수 대표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든다."

프로 18년 차를 맞이한 '대투수'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이 올 시즌 KBO리그에 새로이 도입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과 피치 클록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양현종은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ABS는 미국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다. 일단 결정이 났기 때문에 캠프에 가서 적응해 보겠지만, 개인적으로 투수들에게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ABS가 생소한 모든 투수는 (해당 제도 도입을) 부정적으로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일대 변혁의 바람이 분다.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도입을 확정했다. 이와 더불어 베이스 크기 확대 및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도 도입된다. 피치 클록은 전반기 시범 운영 후 후반기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 투수의 세 타자 상대 규정은 퓨처스리그에서 시행하며 KBO리그 1군에서는 추후 도입을 결정하기로 했다.

투수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 규정은 ABS와 피치 클록이다.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는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리그 운영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KBO는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ABS를 시범 운영했다. 각 팀 감독 회의, 운영 팀장 회의 및 실행위원회를 비롯한 전문가 자문 회의, ABS를 경험했던 선수단 설문조사,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데이터 공유 및 논의 등을 통해 지난 24일 제1차 실행위원회를 통해 세부 운영 기준을 마련했다.

양현종은 "확실히 스트라이크 존이 일정해지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봤던 스트라이크 존보다는 당연히 작을 것이다. 우리도 캠프에 가서 부딪혀 봐야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투수에게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KBO에 따르면 2024시즌 적용될 ABS의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씩 확대해 적용한다.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ABS의 정확한 판정으로 볼넷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상·하단 기준은 홈 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해 통과했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 상·하단 높이는 각 선수별 신장의 비율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상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 된다. 이 비율은 기존 심판 스트라이크 존의 평균 상·하단 비율을 기준으로 했다.

좁아지는 스트라이크존도 걱정했지만, 투수마다 천차만별인 밸런스와 투구 템포를 흐트러트릴 수 있는 피치 클록의 도입을 조금 더 우려했다. KBO는 리그에 적합한 피치 클록 규정 적용을 위해 지난해 KBO 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인터벌 등 세부 지표를 분석해 세부 규정을 확정했다. 투구 간 시간제한은 주자가 누상에 없을 시 18초, 있을 시 23초(메이저리그 기준 각각 15초, 20초)를 적용한다. 타자와 타자 사이(타석 간)에는 30초 이내에 투구를 해야 하며 포수는 피치 클록의 잔여 시간이 9초가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위치해야 한다.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수비 측에는 볼, 공격 측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지난해 12월 KBO 심판위원들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베어스파크에서 동계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양현종은 KBO리그에서만 통산 168승 113패 9홀드, 2332⅓이닝 1947탈삼진을 기록한 현역 최다승 투수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도 뛰어 그보다 경험이 풍부한 투수도 드물다. 그런 그도 낯선 환경에 반가움보단 우려가 앞섰다.

그는 "몇 초 안에 던져야겠다는 부담을 나도 느끼는데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은 더 그럴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밸런스에서 던져야만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높은데 시간 압박을 받는다면 '과연 스트라이크에 들어갈까?' 혹은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을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며 "그렇게 된다면 피치 클록으로 과연 경기 시간이 줄어들까 하는 의문점도 있다. 스피드업을 위한 제도인데 어떨지"라고 걱정했다.

양현종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피치 클록을 연습한 투수들은 제구의 압박과 부상의 위험을 걱정했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타 팀의 한 선수는 "시간 자체를 지키는 건 어렵지 않은데 압박이 있다 보니 내가 원하는 대로 공을 던지기가 어렵다. 또 내가 그동안 던져오던 투구 리듬과 밸런스를 바꿔야 하다 보니 부상 위험도 있다. 피칭 클록도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한다면 그래도 좀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로봇 심판과 피치 클록의 압박으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고 볼이 오히려 늘어날 경우 KBO가 원했던 스피드업은 어려워진다. KBO도 피치 클록 전반기 시범 운영으로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일단 위반에 따른 볼·스트라이크 등의 제재를 적용하지 않고 경고가 부여된다. 또한 견제 제한 등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양현종은 "우리 팀도 마무리 캠프에서 피치 클록을 연습했다. 나도 내가 던졌던 영상을 초로 재보고 비교해 봤는데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또 피치 클록이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야구에서 인공지능 심판이 들어갔을 때 볼넷이 평균 18~20개가 늘어난다고 들었다. 단순히 아마추어와 프로를 비교하긴 그렇지만, 평균 수치가 말도 안 되게 올라가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도 조금은 타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많이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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