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부캐의 제왕' 이창호 "한국의 미스터 빈 꿈꿔요"

홍혜민 2024. 1. 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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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빵송국'서 주목...이호창·이택조 등 부캐릭터로 큰 인기
"코미디 전문 배우 되고파" 직접 밝힌 다음 꿈은
코미디언 이창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부캐(부캐릭터)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모았다. 메타코미디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코미디언 이창호는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인기 유튜브 채널 '빵송국'과 '피식대학'을 중심으로 탄생시킨 각종 부캐(부캐릭터)들로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N인분'의 몫을 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창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부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재벌 3세' 이호창·'한사랑산악회' 이택조·매드몬스터 제이호·박쥐범 등 모두 유튜브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인물들이다. 하나의 부캐를 성공시키기도 쉽지 않은 유튜브 시장에서 그야말로 '하는 것 마다' 터트린 이창호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최근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이창호는 "부캐들의 성공을 미리 예상하진 못했다"라며 "사실 모든 부캐가 성공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자신이 있었지만 '이게 이렇게 안 되네' 싶을 정도로 잘 안 된 캐릭터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보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은 다르구나 싶더라. 잘 된 부캐들은 좋은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전 참 인복이 많은 것 같다"라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사실 매드몬스터 제이호도 (곽)범이 형과 장난 치다가 우연히 어플을 사용해 범이 형이 만들어 준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매드몬스터에게 반응이 오더라고요. 음원까지 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 때 쯤 부캐 세 개가 함께 터졌죠. 하나씩 순차적으로 터졌으면 어느 정도 분배가 됐을 텐데, 한 번에 세 개의 캐릭터에서 같이 반응이 오니까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 시기가 아니였으면 안 됐을 것 같기도 해요."

이러한 아쉬움은 부캐들의 짧은 생명력 때문이다. "부캐의 짧은 생명력은 코미디언들의 딜레마인 것 같다"라고 말한 그는 "한 캐릭터를 꾸준히 장인처럼 하는 유튜버분들과 달리 코미디언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캐릭터를 짜야하고,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가다 보니 조금 더 집요하게 끌고갔어도 될 캐릭터들을 짧게 소비를 많이 한 것 같다. 또 저희 스스로 저희의 입맛에 질려서 빠르게 새로운 부캐들을 만들어 나갔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다"라는 아쉬움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러한 고민 속, 그는 올해 '본캐'인 이창호에게 조금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지금 고민하고 있는 부캐는 없다. 부캐를 계속 하다 보니 제 스스로 저를 잊어버리게 되더라. 저는 제가 굉장히 다재다능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멀티가 안 되더라. 이호창을 했다가 갑자기 이택조를 하러 가고, 갑자기 또 아이돌 옷을 입고 춤을 춰야 하는 생활이 1년이 되다 보니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오더라. 심지어 부캐들의 몸값보다 본캐인 제 몸값이 제일 쌌다. 그러다 보니 하루종인 진짜 '내' 목소리가 없는 날도 있더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올해는 본캐를 조금 더 해보려 해요. 본캐라고 해봤자 어차피 코미디언은 빨간 불(녹화 버튼)이 들어오면 연기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콘텐츠·예능·드라마 등에서 너무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나의 전성기는 아직"...이창호의 '때'

올해 이창호의 도전은 비단 '본캐' 집중에만 그치지 않는다. 앞서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을 통해 연기에 도전했던 이창호는 코미디언으로서의 활동 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행보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도 한 작품을 찍고 있어요. 사실 연기를 해 보니 왜 코미디언에게 정극 연기를 잘 안 시키는지를 알겠더라고요. 모니터를 해 보면 무조건 연기에 코믹함이 깔려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도 제 역할은 정극 연기가 아니라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역할이 더 마음에 들고,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어요. 그런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희극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 목표에요. 물론 연기가 배운다고해서 하루 아침에 잘 되는게 아니다 보니, 하면서 더 배워가는 중이죠."

희극인으로서 연기까지 겸할 수 있는 오롯한 '희극배우'로서의 성장은 이창호의 꿈과도 맞닿아있다. 그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코미디언에 자신을 한계짓지 않고 코미디 전문 배우로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아직 국내에는 코미디 전문 배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꾸준히 경험을 쌓아서 코미디 전문 배우까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나아가서는 제작에도 뜻이 있거든요. 시트콤 같은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이요. 아직 선수로 필드에서 뛰고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후배들과 함께 코미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격변하는 시대에서 트렌드를 아는 후배들을 지원하며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창호는 자신의 지향점으로 영국의 코미디언 출신 배우인 미스터 빈을 꼽았다. "안 웃긴 코미디가 제일 웃긴 것 같다"라고 말한 그는 "그냥 웃기려고 하는 코미디는 많지만, 그런 것 없이 나는 나대로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보면 웃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의 미스터 빈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서 올해도 뭐든 안 가리고 도전하려 한다. 제자 직접 필드에서 뛰기도, 멀리서 관여하기도 하면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사실 작년 초에는 부캐들이 다 잘 되면서 '다음엔 뭘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 잘 됐잖아요. 그것처럼 사람은 다 자기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의 '때'는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이전까진 너무 달리기만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조금 더 선수로서 진해져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아직 제 전성기는 안 왔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 나가려 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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