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수 “연상호 감독과 세 작품, 특별한 자양분 얻었죠”[인터뷰]
배유 류경수가 또 한 번 얼굴을 갈아끼웠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선산’(감독 민홍남)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 ‘김영호’로 분해 이복누나 ‘윤서하’ 역의 김현주와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인다.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는 그지만, 이번만큼은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분장의 힘까지 빌려 색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저도 완성본을 보면서 ‘이게 내 얼굴이었나’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마지막에 엄마인 윤명희(차미경)가 불구덩이로 뛰어들어갈 때 함께 쫓아가려다가 넘어져서 일그러진 얼굴로 엄마의 뒷모습을 쳐다볼 때, ‘내 얼굴이 저렇게도 변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던 캐릭터였거든요.”
‘선산’의 각본을 쓴 연상호 감독과는 ‘지옥’ ‘정이’에 이어 세번째 만남이다. 그에게 연상호 감독은 어떤 존재일까.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기점이 된 것 같아요.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자양분을 많이 얻었어요. 감사한 분이죠. 언제 또 불러줄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함께할 것 같아요!”
류경수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선산’ 촬영기와 연기에 대한 소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쉽지 않은 캐릭터? 몇 번이고 더 하고 싶어요”
그는 ‘연상호’ 이름 석 자 때문에 출연했다고 고백했다.
“‘지옥’과 ‘정이’를 찍으면서 느낀 게 있어요. 촬영장 가는 게 참 행복하고 재밌구나. 편안했거든요. 스태프들도 굉장히 행복해하면서 찍더라고요. 아무도 인상 안 쓰고 촬영하는데, 여기가 화목한 현장이구나 느꼈죠. 그래서 이번에도 연상호 감독이 제게 ‘선산’ 출연을 제안했을 때 또 한 번 화목한 직장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겠구나 기대했어요. 역시나 좋았고요. 그런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땐 ‘김영호’란 캐릭터가 쉽지 않아서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분명 도전하면 굉장히 좋은 성장이 있을 거라 기대도 됐지만, 제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고난도였던 건 분명했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이질적인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 아랫니를 뒤틀리게 꾸몄고 수염도 공들여 붙였다.
“주변 사람 중에 저보다 한 살 많은 사람이 있는데 흰머리가 되게 많았어요. ‘김영호’의 나이가 가늠이 안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흰머리 분장도 했고, 아랫니도 뒤틀리게 분장했죠. 수염을 붙이고 떼는 것도 석유 같은 걸로 작업했는데 진짜 따갑더라고요. 그럼에도 분장을 마치고 현장에 나가면 마치 명절에 친척들이 찾아왔다가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캐릭터라면 몇번은 더 가고 싶어요. 제 또래에 쉽게 해볼 수 없는 캐릭터라 경험만으로도 자산이 되는 것 같았거든요.”
‘지옥’, ‘정이’에 이어 ‘선산’에서 이복남매로 만난 김현주에 대해서도 애정을 표현했다.
“‘지옥’ 땐 두 씬 정도 마주쳐서 공손하게 인사만 했꼬요. ‘정이’ 때부터 많이 친해졌어요. ‘선산’으로 동생 역을 맡아 다시 만나니 신기했고요. 이젠 같이 연기하면 안정감을 느껴요. 선배는 연기까지도 안정적이잖아요. 성격도 편안하고요. 그래서 제가 도움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삼백안 눈, 째려보느냐 오해도…지금은 매력이라고 하니 다행”
그의 눈은 배우로서 무기다. 악역도 선역도 모두 소화가 가능하니, 그에겐 보물일 수밖에 없다.
“어릴 땐 째려보느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눈매가 별로니 쌍꺼풀 수술하라고 했으면 제가 콤플렉스처럼 느꼇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주변에선 제 눈이 매력이라고 해서 자연스레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아, 내 눈이 괜찮구나’라고 칭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지금은 제 눈빛이 좋고, 캐릭터에 맞게끔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필모그래피도 다양하다. 장르와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을 걸어왔다.
“학생 시절엔 오디션이라도 봤으면 했는데 기회가 안 닿았어요. 불러주질 않더라고요. 작은 역이라도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떤 기간이 정말 길었거든요. 그래서 필모그래피의 다양성을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그래요. 지금 제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복 받았구나 싶기도 하고요. 제가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칭찬과 응원 덕분이었어요. 잘 하고 있다는 파이팅처럼 느껴졌거든요.”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그에게 ‘좋은 연기’란 무엇인지 물었다.
“좋은 연기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공감이 될 수도 있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연기가 좋은 걸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한데요. 내가 재밌느냐, 아니냐를 생각해요. 제가 재밌어서 연기를 해야 나중에 관객들에게 제시할 때에도 적어도 거짓말을 했다고 하진 않을 거잖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고를 것 같아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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