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욕 먹는 건 잠깐이니까? 스포츠 스타들이 귀화 선택하는 여러 이유들

권종오 기자 2024. 1. 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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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포츠+]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낸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 선수(24세)가 헝가리로 귀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로 귀화했던 쇼트트랙 빅토르 안(안현수)과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임효준)에 이어 국가대표를 지냈던 유명 빙상 선수로는 세 번째로 국적을 바꾸는 선수가 될 전망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귀화를 하면 팬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게 마련이지만 그런데도 귀화를 선택하는 스타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아들 위해 국적 바꾼 추소비티나

1975년 6월 19일에 태어난 여자 체조 선수 추소비티나의 첫 국적은 소련이었는데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자신의 조국 우즈베키스탄의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이후 그는 또 국적을 바꿨습니다. 이번에 독일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버리고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에 독일 대표로 출전한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도마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조국을 배신했다며 추소비티나를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독일 체조협회가 아들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영입을 제의하자 고심 끝에 국적을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아들의 병이 낫자 2013년 다시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회복한 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 끝에 도마에서 감격의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4년 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서정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때 그의 나이는 43살이었습니다. 

추소비티나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48살의 나이에 출전해 31살이나 어린 선수와 기량을 겨루는 장면을 연출하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아들이 괜찮아지기 전까지 나는 늙을 수 없다”던 추소비티나가 올림픽과 세계체조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에서 획득한 메달은 모두 21개(금6·은9·동6)에 이릅니다.

 

오직 뛰기 위해 조국 떠난 멀린 오티


육상 스타 멀린 오티는 ‘비운의 여왕’으로 불립니다. 올림픽에 무려 7회나 출전했지만 그토록 바랐던 금메달을 단 1개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3개와 동메달 5개,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를 얻었지만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1960년 5월 10일에 태어난 멀린 오티는 1980년대와 90년대를 빛냈던 세계 정상급 여자 스프린터였습니다.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00m에서 숙명의 라이벌 미국의 게일 디버스와 100분의 1초까지 같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사진 판독 끝에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3년 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똑같은 불운에 울었습니다. 역시 게일 디버스와 거의 동시에 들어왔는데 사진 판독 결과 200분의 1초 뒤진 것으로 나와 땅을 쳤습니다. 또 은메달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자메이카 대표로 뛰었던 오티는 42살이던 2002년 5월 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로 귀화했습니다. 육상 단거리 강국 자메이카에는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해 국가대표로 뽑힐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오직 더 달리기 위해 국적을 슬로베니아로 바꾼 것입니다. 오티는 “슬로베니아는 내가 25살이든, 44살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최선을 다해 뛰어 새 조국에 메달을 바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티는 슬로베니아 국적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해 100m 준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2007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만 47살이 넘은 나이에 출전해 세계선수권 최고령 선수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오티는 51살이던 2011년 여자 400m 계주 멤버로 개인 통산 9번째 세계선수권 출전에 도전했지만 소속 계주팀이 44초 76을 찍는 데 그쳐 기준기록(44초00)에 0.76초가 모자라 그해 세계선수권이 열렸던 대구에 오지 못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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