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회초리' 맞고 각성한 중국 증시, 홍콩ELS에도 서광 비칠까?

심영구 기자 2024. 1. 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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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프] (글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공유경제' VS '신뢰경제' 한판승부, 결과는?

중국경제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다. GDP성장률이 5.2%인 나라에서 웬 위기설일까? 2023년 중국의 실질 GDP성장률은 전 세계 주요국 중 인도 빼고는 가장 높은 5.2%였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5.2%가 아니라 명목성장률 4.2%다. 중국의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한 것 때문이다.

1993년 이후 30년간 중국에서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불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다섯 번째다. 1998년, 2009년, 2015년, 2020년 그리고 2023년이다. 아시아금융위기, 글로벌금융위기, 공급과잉 위기, 코로나 시기에 불황이 있었고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 해제 이후에 2023년은 심각한 소비부족, 수요부족 위기에 봉착했다.


2023년 중국경제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사회주의 중국은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나라다. 중국은 국유기업을 "대국의 장자(長子)"라고 치켜세우며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민영기업을 보조로 성장을 하는 나라다. 그래서 후진타오 시절 총리를 지낸 원자바오는 중국경제에 대해 '신뢰경제(信心經濟)' 모델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경제는 시장 주체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가며 소비하고, 투자하면서 성장하는 모델이라는 것이었고 실제로 이 모델로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에서 G2의 자리를 꿰어 찼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민영기업의 발전으로 중국의 민영기업은 '56789 경제'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중국경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민영기업은 국가세수의 50%, 국내총생산의 60%, 기술혁신의 70%, 도시 취업의 80%, 기업수의 90%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시진핑 2기 정부 말기에 중국은 시진핑의 3기 집권을 앞두고 공동부유, 즉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공유경제(共有经济)' 모델을 새로운 국정 어젠다로 들고 나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유자본의 지배가 강화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를 진행하고 공동부유의 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던 플랫폼기업, 부동산기업을 규제하며 민영경제를 압박하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짙은 경제정책들을 대거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다 같이 잘살자"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민영기업 육성이라는 정부정책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져, 민영기업의 침체, 창업 분위기 저하, 청년실업 급증, 자산가격 폭락으로 이어졌고, 중국경제는 깊은 내수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신뢰경제'와 '공유경제'의 한판 승부는 결국 '공유경제'의 패배로 나타났다.

'투심(投心) 지옥'에 빠진 중국

'공유경제' 정책에 함몰된 중국정부의 플랫폼과 부동산 그리고 사교육업체에 대한 장기 규제는 자산가격의 하락과 소비부진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고 중국의 소비심리는 20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GDP가 12%에서 6%대로 추락하자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GDP의 18%에 달하는 4조 위안의 돈을 퍼부어 GDP를 12%로 끌어올렸다. 중국은 이번에도 2022년 4분기에 2.9%까지 추락한 GDP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돈을 퍼부었지만 이미 소비심리가 공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투자심리마저 지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2023년 7월 중국의 예금 순증액은 32조 위안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GDP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거대한 자금이 실물과 투자로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은행으로만 몰리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전통산업에서는 1위 기업마저 부도나는 자금공황이 생겼다.

GDP의 39% 달하는 자산가치 하락,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중국정부는 '공동부유'라는 어젠다를 망치는 공공의 적을 찾았다. 대표적으로 손볼 산업으로 폭리를 취하는 부동산업, 독과점을 누려 온 플랫폼 기업을 선택했다. 통상 부동산 규제는 1년 반 정도면 부동산 버블은 꺼지고 시장이 안정화되기 마련인데 중국은 이번에는 내리 3년 동안 부동산을 규제했다.

그 바람에 2021년에 업계 1위였던 헝다그룹(恒大集团)이 부도났고, 2023년에는 2022년 부동산 업계 1위였던 비구이위안(碧桂园)이 부도났다. 업계 1위 회사의 부도로 공사 중인 건물의 미완성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고 아무도 부동산을 사려고 하지 않는 거래절벽과 가격급락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소비의 GDP 기여도가 66%나 되는 '소비의 나라'다. 그런데 부동산, 플랫폼기업의 규제를 계기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정부의 민영기업 지원과 육성에 대한 정책과 신뢰에 금이 갔다. 중국의 개미주식투자자는 2.2억 명으로 3인가족이라고 가정하면 6.6억 명, 즉 전 국민의 47%가 주가폭락에 멍든 가슴으로 투자심리가 쪼그라들었다. 14억 중국인민들은 주가폭락으로 '자산효과(Wealth Effect)' 소멸로 일상소비만 하지 내구재상품 소비는 하지 않는 소위 '립스틱 경제'에 빠졌다.

2021년 '공유경제' 모델 도입 이후 중국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주가 폭락으로 중국 자산시장에서는 50조 위안 이상이 증발해 버렸다. 중국의 2023년 GDP가 126조 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GDP의 39%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계자산의 59%에 달하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이 구매력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연간 5% 내외의 성장을 하는 나라에서 GDP의 39%에 달하는 자산손실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고, 무소불위인 중국공산당 정부는 자산가격하락이라는 회초리를 맞고 "앗 뜨거라" 놀란 형국이 되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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