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망한다" 캡틴의 간절한 외침, 결정은 빠를수록 좋지만 현실은...[SC초점]
[인천공항=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선수, 코치진 모두 침체되면 정말 어려워진다."
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35)은 답답함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29일 코치진, 30일 선수단이 차례로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캔버라로 출국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사령탑 부재 속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당분간 팀을 이끌게 된 진갑용 수석코치는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눈시울을 붉힐 정도. 나성범 역시 "선수들도 전혀 몰랐기에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난감함을 드러냈다.
발걸음을 떼었고, 이젠 전진하는 길 밖에 없다. 2월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1차 스프링캠프의 목표는 컨디션 조절과 감각 향상, 최적의 활용법과 팀 전술이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감독이 없다. 비시즌 기간 몸을 만들어 온 선수들, 최근까지 전략 세미나를 통해 새 시즌 구상을 함께 했던 코치진이지만 마지막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할 사령탑의 부재 속에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길은 난망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선수-코치진 모두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은 일치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캠프답게 집중력을 갖고 시즌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기량을 평가 받아야 하는 선수들이나, 이런 선수들의 정보를 취합해 보완점을 검토하고 다음 방안을 찾아야 하는 코치진 모두 사령탑 부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칠 수밖에 없다. 특히 선수들을 도와야 할 코치진은 새 사령탑 부임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KIA도 이런 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심재학 단장은 당초 호주로 향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새 사령탑 선임에 올인한 상태. 외부 영입 뿐만 아니라 내부 승격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전임 단장-감독 문제의 후폭풍 수습에도 힘이 부치지만, 일단 선수단을 안정시켜야 하는 단장의 임무에도 소홀할 수 없는 현실.
하지만 KIA가 최대한 속도를 낸다고 해도 결과는 미지수다.
감독 선임은 단순하게 한 자리를 채워서 끝나는 게 아니다.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와 팀의 방향성에 맞춰 코칭스태프를 꾸리고, 선수를 추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KIA는 전임 감독 체제에서의 2024시즌을 그린 상태. 투수 파트에서 외부 인사인 정재훈 이동걸 코치를 영입한 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새 감독이 원하는 소위 '사단'을 꾸리게 될 경우, 그동안의 시즌 준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외부 인사 선임의 경우, 아무리 경험 있는 지도자라 해도 외부에서 보던 시선과 실제 내부에서 확인하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력 파악과 재구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 KIA가 올 시즌 원하는 5강 이상의 성과는 요원해질 수 있다. 그동안의 기조를 이어 받을 수 있는 내부 승격은 그나마 쉬운 길로 여겨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코치 신분에서의 준비일 뿐, 감독으로 보는 시선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최대한 빨리 감독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야구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섣불리 사령탑을 결정했다간 더 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기존 전력을 유지하고 변화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면서도 올 시즌 목표했던 성과에 다가갈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사령탑을 찾아야 한다. 조건만 봐도 단순한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KIA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선수들이 본격적인 기술 훈련에 돌입하는 캠프 시작 후 1~2주 사이 시점에 새 사령탑 선임을 완료하는 것이다. 속도를 낸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여러 조건 뿐만 아니라 새 감독이 원하는 조건까지 맞춰야 한다면 빠듯한 시간이다. 상황에 따라선 KIA가 호주 캠프를 감독 없이 마무리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유례 없는 혼란과 그 후폭풍. KIA의 위기 대응 프로세스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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