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다 5% 위로’…연초부터 차려진 ‘안방 성찬’[스경X초점]

하경헌 기자 2024. 1. 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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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금토극 ‘밤에 피는 꽃’ 포스터. 사진 MBC



안방극장의 향방을 보는 요일별 드라마는 이제 주말 즈음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려워졌다. 지난 16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드라마 제작비의 수직상승으로 편성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현재 방송 중인 월화극은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KBS2 ‘환상연가’ 두 편뿐이고, 수목극 역시 ENA ‘모래에도 꽃이 핀다’가 막을 내리면 JTBC ‘끝내주는 해결사’가 겨우 명맥을 잇는다.

결국 안방극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잣대는 금요일을 비롯한 주말극으로밖에 판단할 수밖에 없어졌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을 가릴 것 없이 드라마 제작의 역량을 주말로 몰아 야심작을 내고 있다. 방송사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드라마를 통한 각종 수익이기에 이 작품들의 성패는 예전보다 방송사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 포스터. 사진 KBS



다행히 2월에 접어드는 주말극의 전장은 뜨겁다. MBC, SBS 등 기존 채널들의 강세에다 KBS2 역시 작품의 인기로 이러한 열기에 뛰어들었다. 채널들은 한정된 편성시간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상황이 됐다. 적어도 이러한 열기가 한국 드라마의 부활을 예상해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현재 금, 토, 일요일에 방송되고 있는 TV 플랫폼 주요 작품들은 8 작품 정도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초반부터 모두 5%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시청자들의 선택장애에 기여하고 있다.

20%대 시청률을 넘어 주말극의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KBS2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제외하면 가장 주목을 받는 작품은 MBC ‘밤에 피는 꽃’이다. 금토극으로 오후 9시50분에 방송되는 작품은 전작 ‘연인’의 기세를 잇는 MBC의 야심작 사극이다.

SBS 금토극 ‘재벌X형사’ 포스터. 사진 SBS



낮에는 수절과부로 모든 것을 자제하지만 밤만 되면 복면을 두르고 담을 넘는 조여화(이하늬)의 모습은 반전의 극치인데, 이전 ‘열혈사제’ ‘원 더 우먼’ 등에서 여성활극에 강점을 보였던 ‘이하늬 원톱 드라마’의 기세를 잇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분이 12.5%(이하 닐슨코리아 집계)로 10%선을 넘었다.

‘밤에 피는 꽃’과 가장 큰 경쟁자는 KBS2 ‘고려 거란 전쟁’이다. 토, 일요일 오후 9시25분 방송인 이 작품은 토요일 9시50분부터는 ‘밤에 피는 꽃’과 겹친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으로 극명하게 취향이 갈리는 작품이라 오히려 사극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KBS는 이 시간에 약세를 거듭했지만, 초반 탄탄한 고증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28일 방송이 9.6%로 10%대에 육박했다.

tvN 주말극 ‘세작, 매혹된 자들’ 포스터. 사진 tvN



최근 제작진과 원작자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시청자의 관심을 받는 화제작이어서 불거지는 논란이기도 하다.

여기에 현대극 SBS ‘재벌X형사’가 붙었다. MBC와 SBS는 정확하게 금, 토요일 시간대가 겹쳐 맞상대로 여겨져 왔다. 안보현과 박지현을 앞세운 형사물인 ‘재벌X형사’는 첫 주 방송이었지만 빠른 템포의 전개로 6.9%의 나쁘지 않은 첫 주 시청률을 기록했다. 결국 수사물이라는 틀로 시대만 다른 MBC와의 차별화가 관건이다.

여기에 막 방송을 시작한 tvN ‘세작, 매혹된 자들’과 JTBC ‘닥터슬럼프’도 모두 5%를 넘었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토, 일요일 오후 9시20분으로 토요일 오후 10시대에 많은 작품과 겹친다. 하지만 28일 6%의 시청률을 올렸고,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0시30분에 방송돼 역시 토요일 이 시간대 격렬한 경쟁을 벌이는 ‘닥터슬럼프’ 역시 첫 주 5%를 넘겼다.

JTBC 주말극 ‘닥터슬럼프’ 포스터. 사진 JTBC



‘세작, 매혹된 자들’은 조정석과 신세경, ‘닥터슬럼프’는 박신혜와 박형식을 앞세웠다. 각각 궁중의 암투와 힐링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해 타깃 층도 살짝 다르다. 이렇게 각 방송사의 작품이 모두 5%가 넘어가는 열기를 유지할 경우,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의 어려움뿐 아니라 TV 드라마 전반적인 활기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

2020년대 OTT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위축된 TV 드라마의 모습은 2024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차려놓은 ‘드라마의 성찬’의 맛에 따라 이런 흐름이 바뀔지 기대해볼 수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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