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력 강해진 ‘120mm 자주박격포’···사거리 12km 2.3배·위력 1.9배 증강[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1.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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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은 4.2인치 박격포 대체
계산값·사격명령·장전 자동화 돼
최고 시속 70km에 분당 8발 쏴
중대기준 32명→24명 운용인력↓
120mm자주박격포 사격 장면.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서울경제]

자주박격포는 기계화부대와 함께 기동하면서 유사시 기계화부대의 진격을 가로막는 적 보병의 저항을 짧은 시간에 제압할 수 있는 화력으로 매우 중요한 무기체계다. 따라서 우리처럼 북한과 분단 국에서 육군에게 전면전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장갑차에 탑재된 4.2인치 박격포는 우리 군에서 운용된 지 40년이 넘은 장비고 미군에서도 1950년대부터 사용한 만큼 포 자체의 노후도 그 자체도 만만치 않다. 성능면에서도 현대의 박격포들에 비해 짧은 사거리와 첨단 사통장비 없이 수작업에 의존하는 방열 및 조작 등으로 현대전에서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는 사실상 깡통 무기체계다. 특히 방열에 걸리는 시간이 적잖이 소요돼 자주화라는 장점이 상당 부분 상쇄되는 것도 골칫거리다.

신형 120mm 자주박격포는 자동화된 구경 120mm 박격포를 K200A1 장갑차(APC)에 탑재한 무기체계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박격포에 비해 포탄의 사거리와 위력을 획기적으로 늘린 여단급이 사용하는 화력이다. 노후화한 장갑차에 탑재된 4.2인치 박격포를 대체한다. 2022년 4월부터 신형 120mm 자주박격포와 사격지휘차량이 군에 본격 배치되기 시작했다.

육군에 인도된 120mm 자주박격포는 40년 이상 운영했던 기존 무기체계보다 사거리와 화력이 최대 2.3배로 늘었고 화력도 1.9배 세졌다. 기존 4.2인치 박격포의 최대 사거리가 5.65~6.8km였던 점을 감안하면 12km 밖의 적까지 공격할 수 있게끔 팔 길이가 늘어난 셈이다.

사격제원(계산값) 산출과 포탄 장전도 대폭 자동화된 것은 가장 특징이다. 박격포 탑재차량 및 사격지휘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박격포는 SNT다이내믹스에서 생산했다. 소요된 예산은 120mm 자주박격포의 경우 7794억원이, 사격지휘차량에는 1016억원이 각각 들었다.

120mm 자주박격포.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차량이 고정된 상태에서 박격포가 360도로 돌면서 모든 방향으로 포를 쏠 수 있게 된 것도 120mm 자주박격포의 장점이다. 사격지휘차량이 자동으로 사격제원을 산출하고 사격명령을 전송해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반면 필요한 시간과 운용 병력 수는 중대 기준 32명에서 24명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기계화부대의 빠른 기동 속도에 맞춘 효과적 화력 지원도 가능해졌다. 120mm 자주박격포는 탑승인원이 최대 4명이고 최고속도는 시속 70km에 달한다. 분당 최대 포탄 8발을 쏘는 게 가능하다.2

022년 6월 10일에 105mm 자주곡사포(풍익)와 30mm 차륜형 대공차량(천호) 등과 함께 명칭이 공개됐다. ‘비격’(飛擊)이라는 명칭은 과거 임진왜란 때 사용했던 조선의 무기인 비격진천뢰에서 따왔다. 제식 번호는 ‘KSM-120’이다. 한국형 자주박격포(Korean Self-propelled Mortar)로 불린다. 박격포 탑재 모델인 K242 장갑차는 4.2인치, K281 장갑차는 81mm 박격포를 탑재하고 있다.

120mm 자주박격포 개발은 기존에 운용 중인 4.2인치 K-242 박격포는 장기간(27~43년) 운용돼 심하게 노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계화 부대의 작전수행에 사거리 부족 등의 제한이 있어 성능을 향상시킨 대체전력의 확보가 필요한 요구 때문이다. 게다가 미군이 1991년 4.2인치 대신 120mm 자주박격포로 교체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군사강국이 1990년대에 기존 박격포를 신형 120mm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대한민국 육군은 박격포 자체는 물론 보유 포탄은 세계적 수준으로 많았다.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대한민국 육군 보유 4.2인치 박격포만 1840문, 포탄 재고는 250만여 발이나 쌓여 있었다. 해마다 9000~1만발을 훈련용으로 소진해도 약 282년치 물량이다. 미국 보다 많은 수준이다.

신형 사격지휘차량.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군은 막대한 물량의 기존 박격포와 재고 포탄을 계속 사용하되 기계화부대만큼은 120mm 박격포로 바꿔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한정된 예산으로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차선의 대안책이 바로 한국형 자주박격포 개발이다. 120mm 자주박격포 개발에 약 413억 원의 연구개발 예산이 투입됐고, 국산화율 100%를 이뤄냈다.

신형 120㎜ 자주박격포는 기계화보병대대에 배치됐다. K-200A1장갑차에 4.2인치 박격포를 탑재한 K-242 자주박격포가 1차 교체 대상이다. 기존 K-242 자주박격포에 탑재됐던 4.2인치 박격포는 보병부대로 이관된다.

흑표 전차와 K21 보병전투차의 등장으로 작전능력이 크게 높아진 기계화부대를 지원하는데 4.2인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고, 105㎜ 자주곡사포는 트럭 차대이기 때문에 기계화부대와 동반해서 작전할 기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다. 또 105mm 곡사포 자체가 박격포와는 운용특성이 달라 기계화부대의 요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105㎜ 자주곡사포의 경우엔 국방개혁에 따라 차기보병사단 계획인 보병사단 예하에 보병여단이 편제될 때 보병여단 직할대로 포병대가 구성되어 구형 105㎜ 곡사포를 트럭에 탑재해 자주화한 K-105HT가 배치되도록 했다.

또 기존 보병연대급 화기였던 4.2인치 박격포는 대대급 화기로 옮겨진다. 중대급 및 소대급 박격포 역시 한 단계씩 내려간다. 6·25전쟁이 휴전된 이후 북한군보다 열세였던 소부대 보병화력을 보강하는 조치다. 이 같은 세 가지 변화는 시차를 두고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120mm 자주박격포는 차륜형인 ‘K105A1 풍익’과는 개발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K105A1는 보병을 지원하는 포병부대의 105mm 곡사포를 대체할 목적으로 제작됐다. 신형 120㎜ 박격포는 기계화부대 지원용이다. 또 차륜형인 K105A1 곡사포와 달리 궤도형차량을 기반으로 기갑부대를 근접 지원하기 위한 험지 주파 능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K105A1는 국산 K-711 군용트럭을 차대로 사용해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판을 덧붙인 형태다. 그래서 차체가 트럭인 K105A1 보다 120mm 자주박격포가 방호력이 더 뛰어나다. 살상범위는 105mm에 비해 최대 2.6배 높다. 가격도 30억 원 이상으로 1대당 6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K105A1보다 훨씬 비싸다. 무엇보다 120mm 자주박격포는 로봇팔을 활용한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와 장전장치를 통해 정밀도를 높였다. 2025년까지 120mm자주박격포와 사격지휘차량을 기계화부대에 배치 완료할 예정이다.

120mm자주박격포는 자동장전장치가 고장나더라도 기존 박격포처럼 수동으로 포구에 탄을 넣어 발사하는 것도 가능해 유사시 지속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장전만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통장치와 구동체계도 완전히 자동화되어 있어 사격제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포가 방열된다.

사거리가 늘고 명중률이 높아진 것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강선식을 채택해서다. 미국 및 대다수 NATO국가의 120mm 박격포는 강선이 없는 활강식이다. 그나마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일부가 강선식을 적용하고 있다.

한 발 한 발의 위력면에서도 비격은 상당한 발전을 했다. 기존 4.2인치 박격포는 물론이고 곡사포인 105mm와 비교해도 살상반경이 넓기 때문이다. 비격의 살상반경은 105mm 곡사포의 최대 2.6배로, 155mm 곡사포탄과 비견될 정도에 달한다. 이는 박격포탄의 특성 때문으로 포탄 외피가 얇고 충전된 작약(폭약)의 양이 많은 덕분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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