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정선아 "무대에서 반짝반짝한 선배 되고 싶어"[문화人터뷰]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나이가 들고 아이를 낳아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전보다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은 22년차 뮤지컬 배우 정선아(40)에게 특별한 보상이자 선물이었다.
정선아는 고등학생 시절인 2002년 '렌트'의 '미미'로 데뷔, 혜성같은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20여년간 '드림걸즈',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에비타', '드라큘라', '광화문연가', '위키드', '킹키부츠', '데스노트', '안나 카레니나', '보디가드' 등 수많은 뮤지컬에서 활약, 파워풀한 생명력과 존재감으로 '캐릭터 장인'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에게도 임신 후 복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임신과 출산으로 몸무게가 80kg까지 쪘고, 다시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해냈다. 복귀작 '이프덴'에서 '엘리자베스 캐릭터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냈고, 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지난 30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정선아를 만났다. '드라큘라' 초연 이후 10년 만에 다시 '미나'로 돌아온 그녀는 연기와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많이 울었어요. 임신·출산으로 인한 신체변화는 처음 겪어봤잖아요. 임신 상태에서도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운동도 많이 했지만 쉽지 않았죠. 손목이 아파서 젓가락질도 못할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걷기부터 시작했어요. 땀복을 입고 러닝머신을 하고, 낫토·연두부·계란만 먹었죠. 복귀하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복귀 후에도 피나는 노력을 이어갔다. "대사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전체 연습이 끝나면 따로 공간을 마련해 밤새 연습을 했죠. 가족과 매니저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화려한 뮤지컬 배우지만 집에서는 엄마다. "전에는 나만 위해 살았어요. 내 목소리 관리, 내 컨디션, 나, 나, 나였죠. 쉴 때는 푹 자고 일어나 느지막히 일어나 운동을 가곤 했어요. 지금은 쉬는 날에도 새벽부터 일어나요. 키즈카페도 가고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복귀 후 정선아는 더 깊고, 유연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녀가 출연 중인 뮤지컬 '드라큘라'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 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애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정선아는 '미나'로 분해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신성록·전동석과 호흡하며 매 공연, 관객들을 아름다운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
정선아는 "초연 때 '드라큘라'가 버거웠다면 이번에는 재미있다"며 "어떤 장면이냐에 따라 여러 질감과 톤의 목소리로 미나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했다. "10년 전 이해하지 못했던 몇몇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제 정말 '미나'를 잘 알게 됐고,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선아는 '드라큘라'에 대해 "어린 시절 판타지 속 사랑을 다시 한 번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에 모든 대사 하나하나에 힘을 줬다면 지금은 힘을 뺄 수 있게 됐어요. 과거에 '슬픈 장면이니까 울어야지' 했다면 지금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와요. 에너지가 달라졌어요. 예전이라면 화났을 일도 지금은 별 게 아닌 걸로 느껴져요. 좀 더 넓어지고, 여유가 많아지고, 행복해졌어요."
정선아의 롤모델은 35년차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다. 정선아는 "최정원 선배는 다른 곳, 우주에 있는 사람"이라며 "멤피스로 함께 작품을 하며 분장실을 함께 썼는데 20대 소녀 같았다"고 했다.
"겸손하고, 사랑이 많고, 에너지가 대단하세요. 처음에는 막연히 선배의 노래가 좋았는데 어느 순간, 그 자리에 굳건히 있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멋지게 있어주는 분이 있어 제가 있는 거고,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무대에서 반짝반짝한 선배가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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