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가능할까-하]‘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향한 도전
도행개위도 ‘기초자치단체·3개 행정구역 부활’ 권고
주민투표·자치단체 설치 국가사무…정부 설득 관건
“시도된 적 없는 사례·제주특별자치도 새 도약 기회”
[제주=뉴시스] 이정민 기자 = 민선 8기 제주도정은 앞선 도정과 마찬가지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행개위)를 가동하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모색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 행개위가 구성(2022년 8월)돼 활동하고 15억원을 들인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와중인 지난해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법 제10조로 인해 ‘기초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둘 수 없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달리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유지했다. 지난 18일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가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할 때마다 발목을 잡아온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제10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주특별법 제10조는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시를 두도록 명문화한 조항인데, 여기에 ‘제10조의 2’가 신설됐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된 ‘제10조의 2’는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주민투표 건이다. ‘제10조의 1’(종전 10조)과 관련 제주특별자치도의 계층구조 등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도지사에게 주민투표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에 따른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5월 국회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단체인 시 또는 군을 설치하려는 경우 도지사는 도의회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그에 관한 주민의견을 듣기 위한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보다는 다소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예 그러한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 셈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추진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과 도 행개위의 논의 결과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도민경청회 48회, 여론조사 4회, 전문가 토론회 3회, 2030청년포럼, 도민토론회,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를 진행했고 도 행개위는 이를 바탕으로 ‘기초자치단체 및 3개 행정구역’을 권고안으로 채택했다. 이전 도정의 선택인 ‘행정시장 직선제’에서 벗어났다.
행개위의 권고안이 나오면서 도 당국도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있던 자치단체를 없애고 난 뒤 복원을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것이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도전이라 남은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우선 자치단체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신설된 제주특별법 ‘제10조 2’의 행정체제 개편에 관해 도지사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다. 제주특별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가 제주에 자치단체를 설치하는데 긍정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객관적인 논리 제시가 필요하다.
정부가 모든 주장을 수용해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주민투표를 요구(실시)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와 도민참여단에서 절반 이상이 자치단체 부활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주민투표 시 도의 대안이 채택된다는 보장이 없어 도민 지지를 얻기 위한 방안도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 도입(부활)에 따른 여러 제도적 검토도 수반돼야 한다. 도와 자치단체 간의 사무배분, 도의원과 시·군의원 정수, 재정문제 등 관련 법률이 이행돼야 한다. 정부가 단층제인 특별자치도로 전환하면서 자치단체 폐지로 적용된 각종 분권특례들의 폐지를 요구할 때 대응해야 한다.
조상범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우리가 주민투표 건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행안부에서 ‘이 것이 도민의견인가’라는 인식이 돼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견에 의한 요구라는 것을 어떻게 설득하는 것이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도 기정사실화된 게 아니어서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을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은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사례로 제주특별자치도가 한 단계 도약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73jm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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