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백업이란 느낌이 강했거든요"…9년차 1라운더, 데뷔 첫 200타석의 의미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전에는 당연히 백업이란 느낌이 강했거든요. 작년을 돌이켜보면 감독님께서 자신감도 많이 실어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셨죠."
두산 베어스 외야수 조수행(31)은 올해로 프로 9년차가 됐다. 강릉고-건국대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대학리그에서 90경기 92도루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길 정도로 빠른 발이 강점인 선수였다. 조수행은 당장 1군 주전으로 뛰기는 타격이 약한 편이었지만, 대주자 대수비로는 해마다 팀 내에서 0순위로 평가받았다.
대주자 대수비로 팀에 보탬이 되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은 궁극적으로 베스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조수행의 목표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높았다. 조수행이 입단한 2016년은 만년 유망주로 남을 줄 알았던 김재환과 박건우가 동시에 잠재력을 폭발시킨 해였다. 김재환은 단숨에 주전 좌익수와 4번타자 타이틀을 차지하며 지금까지 두산의 간판타자로 중심을 잡고 있고, 박건우 역시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하며 2022년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와 6년 100억원 대형 FA 계약을 했다. 중견수 정수빈은 2009년 입단 때부터 꾸준히 스타였던 선수. 조수행이 들어갈 빈틈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올해까지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조수행에게 아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베테랑 외야수 민병헌이 롯데 자이언츠로 FA 이적했을 때, 정수빈이 군 복무를 했을 때, 박건우가 NC로 FA 이적했을 때 계속해서 외야에 자리가 났다. 조수행은 그럴 때마다 김인태와 함께 주전 외야수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 갔는데, 결과는 언제나 제자리였다.
그래서 지난해는 조수행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한 해였다. 조수행은 지난 시즌 126경기에서 타율 0.219(219타수 48안타), 출루율 0.298, 26도루, 41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수와 도루, 득점 모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49타석에 들어서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200타석도 넘겼다. 2022년은 117경기에서 134타석에 들어섰다. 2022년과 지난해 경기 수 차이는 10경기 정도인데, 100타석 정도 차이가 났다는 것은 곧 조수행이 선발로 기용된 경기가 훨씬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두산 외야는 김재환-정수빈-호세 로하스로 꾸려졌다. 두산은 로하스가 코너 외야 수비 정도는 무난하게 할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평균 이하였다. 낙구 지점 포착이나 송구 등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 로하스 쪽으로 타구가 가면 상대팀에 한 베이스는 더 허용하니 수비를 맡기기 불안했다. 후반기로 갈수록 로하스는 지명타자로 나설 일이 잦아졌고, 이승엽 두산 감독은 조수행을 우익수 또는 중견수로 기용하면서 수비 안정화를 꾀했다. 조수행의 수비는 매우 견고했고, 출루에 무게를 둔 타격도 꽤 도움을 줬다. 그렇게 조수행은 데뷔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자리가 곧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조수행은 10년 가까이 백업으로 뛰다보니 어느새 그 자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조수행은 "지난해는 내게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전에는 당연히 백업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당연히 대주자 대수비라는 생각이 강하니까 선발로 나가면 긴장도 많이 했다. 찬스에 자신감도 많이 사라졌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감독님께서 자신감도 많이 실어 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셔서 막바지에 좋은 기록이 나왔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지난해보다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타석에 서는 것이다. 두산은 올해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헨리 라모스를 새로 영입했다. 수비와 공격을 모두 보강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좌익수 김재환-중견수 정수빈-우익수 라모스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조수행이 이 구도를 흔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타격에서 조금 더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조수행은 "타격이 돼야 선발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타석에 더 들어갈 수 있으려면 타율을 높여야 한다. 작년에 막바지에 선발로 많이 나가면서 얻은 게 많았다. 타석에 많이 들어가니 공도 잘 보이고, 계속 나가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고 하지 않나. 이 느낌을 계속 이어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라모스 영입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타자를 먼저 쓰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 역시 조수행에게 타격을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행은 "감독님께서 약간 장난식으로 이야기하시긴 했다. 2할5푼만 치면 주전이라고.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바지에 경기에 못 나갔더라면 1할 타율로 시즌이 끝날 수도 있었는데, 막바지에 나가서 2할로 올렸다. 내가 살아나가야 상대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지만 파울이 많아서 일단 살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출루에 더 신경 쓴 타격을 한 것 같다"며 올해는 안타 생산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이번 호주 스프링캠프에는 신인 외야수 전다민이 가세했다. 전다민은 조수행과 비슷하게 발이 빠른 유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수행은 "전다민도 위협이 된다. 포지션이 겹치고 스타일도 비슷하더라. 잘한다고 많이 들어서 긴장은 하고 있다"며 신인과도 진지하게 경쟁할 뜻을 내비쳤다. 조수행은 올해도 두산 외야에서 소금과 같은 임무를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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