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관심 쏟는 '367조원' 짜리 이것
증권화 가능 자산 무궁무진…"가치평가 능력 관건"
올해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토큰증권(STO)을 점찍은 모습이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기존의 금융상품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다른 분산원장(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종전의 투자성 상품과 달리 STO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시장이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담금질한 2023년, 2024년은 본격 '사업화'
STO는 주식시장에서 활용되던 '조각투자' 방식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투자방안을 말한다. 부동산, 미술품 등 비유동성 실물자산에 대한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켜 디지털화 하고 이를 '조각'으로 나눠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한때 금융권 안팎을 뜨겁게 달궜던 NFT(대체불가능토큰)과 유사하지만, NFT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 등을 사고파는 것과 달리 STO는 실물자산에 대한 권리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실물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큼 NFT처럼 몰락하지 않고 대세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융당국 역시 STO가 실물 자산을 디지털화 한 '증권형 자산'이라는 점을 토대로 제도권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지난해 2월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을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STO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 한 것"이라며 "실물증권과 전자증권에 이은 증권의 새로운 발행 형태로 투자자가 얻게 되는 권리가 법상 증권에 해당한다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지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모든 증권규제가 적용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STO의 제도권 편입 작업을 시작하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당장 국내 STO시장의 규모가 빠른속도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당국의 제도권 편입 발표 직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STO시장 규모가 2024년에는 34조원, 2026년에는 119조원, 2028년에는 233조원, 2030년에는 367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후 금융사들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초적으로 '증권'을 다루는 증권사들부터 은행들까지 STO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구성, 조직 개편 등에 나섰다. 현재는 KB국민, 하나, 신한,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들까지 STO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친 상태다.
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STO의 제도권 편입 논의 시작이후 금융당국이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고 금융사들 역시 관련 사업 진출 여부를 검토해왔다"라며 "총선 이후 제도개선으로 시장이 열리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자산 가치평가 능력이 경쟁력 가른다
현재 금융당국은 STO의 발행주체와 유통주체를 철저하게 나눠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나눠야 투자자 보호 등이 수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STO를 발행한 주체가 유통까지 맡게된다면 자산에 대한 검증이 미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주요 은행들이 집중하는 것은 '발행'이다. 자본시장법과 은행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해 은행들이 '증권'을 유통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법적 근거를 떠나서 은행들은 STO시장에서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은 발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STO는 미술품, 부동산, 채권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자산을 투자가능한 '증권'화 시켜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는 은행이 다른 금융권보다 '특화'해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은행은 부동산 담보 평가는 물론이고 기업금융을 취급하면서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 등을 수치화하는 평가능력을 지니고 있다"라며 "STO는 무궁무진한 자산을 증권화시킬 수 있는데 은행보다 이러한 다양한 자산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STO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하면 은행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자산가치 평가 능력이 STO 시장 선점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 관계자는 "STO 발행은 투자자를 모집하려는 증권 발행인과 투자자들을 모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두 이해관계자 범주를 모두 만족시키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다양한 자산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능력이 바탕이 되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열리면 최대한 다양한 자산을 투자상품화 시켜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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