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유승민 카드 쓸 것” 여권 내 커지는 ‘유승민 역할론’

구민주 기자 2024. 1. 3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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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유승민, 수도권 소구력” 이용호 “개혁신당 견제 효과”
尹과 ‘악연’ 탓에 어려울 거란 전망도…“때를 기다릴 듯”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4월6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유승민 전 의원이 "당을 지키겠다"며 국민의힘에 남기를 선언하자 여권 안팎에선 총선에서의 '유승민 역할론'을 띄우고 있다. 유 전 의원의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살려 수도권 지원 유세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동시에, 유 전 의원에 대한 '전략공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대선 때부터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구원(仇怨)'으로 그가 당장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거취를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 인내해 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당장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메시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먼저 당에 공천을 신청하진 않겠다는 말일뿐, 총선 불출마를 못 박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향후 당으로부터 전략 공천을 받거나, 비례대표에 배치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것이다.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은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유 전 의원은 수도권에 소구력이 있는 인물"이라며 그에 대한 당의 전략공천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윤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당에 남고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이해가 간다"며 "자신을 정말 필요한 곳에 배치하거나 상징적으로 멋지게 희생할 수 있는 곳으로 당이 알아서 배치해 달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어쨌든 국민의힘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아주 멋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당에서 그렇게 할 것 같나'라는 질문에도 그는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에 소구력이 있는 만큼 당에도 좋고 본인에도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유승민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 꺼낼 이유가 별로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 역시 KBS라디오에 출연해 "떠나지 않겠다 이야기한 것은 좀 길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닌가 싶다"면서 "(유 전 의원이) 상징적인 지역 출마를 요청할 경우 거기에 응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 당으로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과 과거 바른정당을 함께 창당한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 17일 MBC라디오에 나와 "국민의힘이 유 전 의원을 포용해 수도권의 원하는 자리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좋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당 밖에서도 유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이 이번에 (불출마하겠다가 아니라) 공천 신청을 안 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위원장한테 공을 던진 것"이라며 "한 위원장은 유승민 카드를 쓸 거냐, 말 거냐 부분에 있어 용산(대통령실)과 생각이 다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동훈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를 '한동훈 서울', '경기도 유승민' 카드로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대선 당시 치열한 경선을 벌인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윤-한, '유승민 카드' 두고 이견 가능성도

다만 유 전 의원에게 꼬리표와 같은 '배신자 프레임', 무엇보다 지난 대선 때부터 이어져 온 윤 대통령과의 악연으로 이번 총선에선 역할에 제한이 따를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 줄곧 윤 대통령의 실정과 당내 친(親)윤계 인사들을 향해 강한 비판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물론, 윤 대통령부터 유 전 의원에게 당분간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지 않으려 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22년 6월 경기도지사 지방선거에서 유 전 의원은 '윤심'을 등에 업고 사실상 '자객 출마'한 김은혜 후보에 밀려 경선에서 패한 바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유 전 의원이 수도권 선거에서 '얼굴'이 되어 준다면 분명 신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도 확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에게 절대 마음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승민 카드'에 대한 한동훈 위원장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한 위원장도 당정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 전 의원은 다음에 찾아올 '유승민의 시간'을 도모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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