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all 금정산 부채바위] 햇빛이 간지럼 태우는 따뜻한 바위에 붙어 고난도 자유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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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몇 십 년 살았어도 고향은 잊히질 않는다.
간만에 금정산 부채바위를 찾았다.
부채 남벽을 등반하기로 했다.
그중 동문에서 20여 분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산성 아래쪽으로 빠지면 부채바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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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몇 십 년 살았어도 고향은 잊히질 않는다. 오랜만에 가도 낯설지 않고 포근하다. 고향에서 풍기는 냄새는 모두 향기롭다. 부산이 고향인 어떤 유명 야구선수는 원정경기를 마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는 기분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부산 톨게이트를 막 들어서면 특유의 부산 냄새가 납니다!"
나는 이 말에서 그의 고향 사랑을 느꼈다.
간만에 금정산 부채바위를 찾았다. 여기가 바로 나의 고향이다. 내가 처음 '산의 세계'에 발을 들였던 곳이다. 바위, 흙, 소나무 등 낯선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 풍경이 그리웠다.
바위 밑에서 한참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건(부산빅월클럽), 김규철(진주SKY클라이밍센터장), 노상봉( 진주SKY클라이밍센터)씨였다. 그들은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잠시 후 강송모(진주클라이밍클럽)씨도 합류했다.
부채 남벽을 등반하기로 했다. 금정산 능선에는 16.5km에 달하는 산성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그중 동문에서 20여 분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산성 아래쪽으로 빠지면 부채바위가 나온다. 부채바위는 부산 지역 최고의 암장이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여기서 '자일의 정'을 나누었다. 해외의 큰산에 오르기 부산, 경남 지역 클라이머들이 등반기술을 갈고 닦은 곳이다.
부채바위는 폭 100여 m, 높이 50여 m 화강암벽으로 페이스와 오버행으로 이루어졌다. 크랙 등반지로도 이름나 있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부채바위 크랙에서 손가락과 손등이 까졌다. 북벽과 남벽으로 이루어졌고 총 30여 개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남벽은 고난도 자유등반 코스가 많다. 총 18개 루트가 있다. 남벽의 코스들은 1969년 부산 최고의 등반력과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클라이머스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후 여러 산악회가 힘을 보태 지금에 이르렀다.
산성에서 얼마 내려가자 곧게 선 남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왼쪽에 있는 '지옥의 문(5.9)'에 김건씨가 재빨리 붙었다. 암벽등반 루트에서 5.9는 등반가들 사이에서는 입문용, 초급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바위에서 난이도 '5.9'는 비교적 어렵다. 중단부를 지나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구간에서 동작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손이나 발 둘 중 하나라도 살짝 어긋나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침착하게 등반을 마무리한 김건씨가 말했다.
"여기, 지옥의 문 맞네예!"
바로 옆 '공포의 전주곡(5.10a)'에 김규철씨가 붙었다. 초반부 미세하고 차가운 홀드를 그는 온 힘을 쏟아 잡았다. 추웠지만 그의 얼굴에 땀이 흘렀다. '10a난이도에서 이렇게 힘을 쓰다니!' 나는 이 루트의 난이도를 체험해 보고 싶었다. 직접 등반해 보기로 했다. 아! 볼트 두 개를 못 걸었다. 나는 등반하는 걸 포기하고 사진찍기에 집중했다.
부채 남벽은 몸의 밸런스를 잘 활용해야 하는 루트가 많다. 남벽의 흐르는 홀드는 잡기 어렵기로 소문났는데, 손끝 힘이 좋아도 정확한 동작과 함께하지 않으면 오르기가 쉽지 않다. 뒤늦게 합류한 공재권씨와 자일파트너 김희정씨는 부산빅월클럽등산학교를 졸업하고 왕성한 등반 활동을 하고 있다. 5.13클라이머인 공재권씨는 남벽에 붙어 숨을 거칠게 쉬었다.
어깨부상을 당해 쉬었다가 간만에 등반에 나선 노상봉씨는 톱로핑으로 그동안 목말랐던 등반 욕구를 풀었다. 일행은 몸이 풀린 듯했다. 연이어 고난도 루트에 붙었다. 김규철씨가 '펌핑 스페샬(5.11b)'에서 거친 기합을 내질렀다. 루트 이름처럼 중간 크랙에서 팔에 펌핑이 왔는지 그는 추락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등반했다.
남벽에는 햇빛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매우 짧다고 느꼈다. 해가 넘어가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장비를 정리했다.
"내려가서 삼겹살에 소주나 마십시데이!"
누군가 외쳤다. 나는 다시 기분이 들떴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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