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과는 맛 없지 않았나?”…백화점 ‘비장의 무기’ 라는데 [르포]
당도 높고 값싼 사과 생산
온난화에 최적 생산지 등극
농가 직거래로 안정적 공급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서 7년째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정명수 나린사과농원 대표는 “기후가 더 바뀌면 휴전선을 넘지 않는 이상 고품질 사과를 재배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펀치볼이라 불리는 양구 해안면은 최근 몇 년 사이 떠오르는 사과 산지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 탓에 ‘펀치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종군기자가 이곳의 지형이 ‘펀치(파티용 음료)’를 담는 그릇을 닮았다고 이름붙이면서 굳어졌다. 지금은 도로명 등 곳곳에 지역의 대명사처럼 펀치볼이 쓰이고 있다.
기후위기로 사과를 비롯한 과일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강원도 펀치볼 지역이 새로운 주요 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곳의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비교적 값싼 가격으로 사들여 이번 설 선물세트 품목으로 선보였다.
해발 650m 안팎의 고지대에 위치한 펀치볼은 원래 사과 재배 적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매년 평균 기온이 0.3도가량 오르면서 사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해 몇 년 새 사과 재배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과는 평균기온이 8~11도 수준인 비교적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 작물이다. 낮에는 온화하면서 밤에는 일교차가 벌어져 서늘한 양구에서 사과가 영양분을 머금고 여물 수 있다. 정 대표는 “사과 품질의 결정조건은 재배지의 위도와 해발 2가지인데, 지금은 양구가 가장 좋은 조건”이라며 “분지 지형이라 냉해나 강수량 변화로 인한 피해도 적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사과 가격이 가파르게 뛴 점을 고려해 산지를 발굴해 직접 거래 계약을 맺는 ‘셀렉트팜’을 진행했다. 현지에서 산지를 선별한 뒤 신세계 상품과학연구소에서 별도로 품질을 판별해 생산자를 선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과를 직접 조달받아 가격 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과 도매가격이 2배 이상 오르는 동안 신세계의 명절 선물세트용 사과 원가는 약 30% 올랐고, 소비자 판매가는 20% 오르는 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다.
생산지 직접계약 방식은 산지와의 안정적인 거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소형 농가인 나린사과농원은 연간 50톤 안팎의 사과를 생산하는데, 상당 부분을 신세계가 직접 매입해 직판의 수고를 덜고 있다. 백화점은 고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조달하고, 산지는 판매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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