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쌓은 산…벌금만 내고 7년째 방치

이승욱 기자 2024. 1. 31.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말라버린 잡초 더미 아래로 플라스틱 통, 폐비닐, 빈병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7년 8월 쓰레기 산의 존재를 확인한 서구는 전 토지 소유주 ㄱ씨와 토지 관리인 ㄴ씨에게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행정명령을 내렸다.

인천녹색연합은 "쓰레기 산에는 생활 쓰레기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로 보이는 쓰레기까지 확인되는데, 유해성이 높아 별도 처리해야 하는 지정폐기물이 매립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서구 왕길동에 있는 쓰레기 산 모습. 이승욱 기자

말라버린 잡초 더미 아래로 플라스틱 통, 폐비닐, 빈병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쓰레기 언덕이 여기저기 나타났다.

30일 인천 서구 왕길동 인근의 폐기물 처리장을 찾았다. 개인 소유인 이곳에는 7456톤의 폐기물이 쌓여 있다. 이곳은 과거 땅 소유주가 돈을 받고 처리하기로 한 폐기물을 무단으로 쌓아 놓으면서 쓰레기 언덕이 솟았다. 많았을 때는 1만톤이 넘는 폐기물이 10m 높이로 이곳에 쌓여 있었다고 한다.

2017년 8월 쓰레기 산의 존재를 확인한 서구는 전 토지 소유주 ㄱ씨와 토지 관리인 ㄴ씨에게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서구는 이들을 고발했다. 문제는 이들에게 내려진 법적 처분이 벌금형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2019년과 2021년 ㄱ씨 등이 폐기물 업체를 통해 일부를 처리하기도 했지만 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작업은 번번이 중단됐다. 긴 싸움을 이어오면서 서구가 이 토지에 내린 행정명령은 7차례에 이른다.

심각한 건 폐기물이 햇볕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자연분해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다. 잘게 부서진 폐기물 가루는 바람이 불면 먼지처럼 주변으로 날리게 된다. 비가 오면 생기는 침출수 문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인근 하천과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부작용이 오래가는 토양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녹색연합은 “쓰레기 산에는 생활 쓰레기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로 보이는 쓰레기까지 확인되는데, 유해성이 높아 별도 처리해야 하는 지정폐기물이 매립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골재와 폐기물이 섞여 있는 모습. 이승욱 기자

지자체도 고민이다. 민원이 빗발치는데 행정대집행을 하려고 해도 검토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집행에 들어가는 지자체 예산을 회수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인천시와 서구는 최근 이 땅의 소유주가 바뀐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래 토지 소유주였던 ㄱ씨는 지난해 8월 ㄷ씨에게 이 땅을 팔았는데, ㄷ씨는 땅을 사면서 올해까지 방치된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계획서를 서구에 제출했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12월까지 4개월간 616톤의 폐기물을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 작업은 ㄷ씨의 자금난으로 최근 다시 멈춰 선 상태다.

지자체는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는 데 1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서구 폐기물관리팀 관계자는 “일단 새로운 토지 소유주가 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니 최대한 구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데까지 돕고자 한다”며 “올해까지는 폐기물이 모두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