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실패한 미국의 상징 디트로이트, 전기차로 화려하게 부활하다
미국을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세계 초강대국, 자유의 여신상, 성조기 아니면 스타벅스? 미국과 관련된 다양한 상징들이 우리 주변에 있지만, 난 미국을 상징하는 건 '디트로이트 피자'라고 생각한다. 네모난 모양의 철제 틀에서 빵 끝부분인 크러스트가 바삭하게 구워진 디트로이트 피자는 미국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피자의 맛 때문에 미국의 상징으로 지칭한 것은 아니다.
1930-1940년대 디트로이트 시는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다양한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오일쇼크로 연비가 좋은 혼다, 닛산,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가 대량 수입되며 미국 자동차 업계가 불황을 맞았다. 이처럼 도시 주력산업이 쇠퇴하자 디트로이트 시 인구 수가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1970년대 450만 명에서 1980년대 120만 명, 2010년에는 71만 명으로 급락했다. 결국 지난 2009년 6월 GM의 파산보호 신청을 시작으로 2013년 7월 디트로이트 시 당국은 파산을 선언했다. 인구 부족, 빈민 증가, 재정 부족, 치안·소방·전기·공교육 붕괴 등 도시는 황폐화됐다. 2013년 포브스는 디트로이트 시를 미국에서 가장 비참한 도시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은 건 피자뿐이었다. 도시의 산업붕괴, 인구유출, 지방소멸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랬던 디트로이트 시가 최근 신성장산업인 전기차와 함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파산 10주년이 된 지난해, 디트로이트 시에서는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첨단 산업을 기반으로 제조업이 다시 부활해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등으로 도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디트로이트의 부활은 산업 육성 정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정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중앙정부의 기업 친화 산업부양정책이다. 미 연방정부는 적극적인 '리쇼어링(reshoring, 해외의 자국기업에 대한 국내 유턴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의 해외 공장을 디트로이트로 유턴시켰다. 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기반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육성했다. 이는 첨단산업 신규 공장 입주 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집중 지원하는 제도다.
두 번째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기업 중심 지원정책이다. 연방정부의 정책과 발 맞춰 주 정부 차원에서 신규로 디트로이트 시에 입주한 첨단산업 기업과 공장에 세금을 감면했다.
세 번째는 민간 협력 강화다. 연방 정부(중앙)와 주 정부·시(지방)가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업 특화 정책으로 도시를 살리고 있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해 도시 내 폐공장과 빈 건물에 첨단산업 공장과 기술연구소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기업 역시 도시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도시의 쇠퇴와 함께 떠났던 포드사는 미시간 중앙역 인근 옛 우체국 건물을 스타트업 입주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이같은 정책의 결과는 경제적 파급효과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4만 8708만 달러였던 디트로이트 시의 1인당 GRDP(지역 내 총생산)는 2022년 5만 4180달러로 10년 만에 11%나 상승했다.
화려하게 부활한 디트로이트 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쇠락했던 디트로이트의 위기가 대전에도 언제 닥칠지 모른다.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산업 육성 부진 등 대전이 마주한 위기와 많은 것이 닮았다. 대전도 기업 특화지원을 우선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전의 4대 전략산업(바이오, 국방, 항공우주, 나노반도체)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연구소, 제조공장, 본사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이 적극 선행돼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첨단기업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투-트랙 기업유치 전략으로 현재와 미래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또한 민관 협력을 통한 기업 유치 프로그램을 활성화 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한 좋은 '상징'인 디트로이트 시는 우리에게 기업 특화지원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전에서 추진 중인 기업 중심 경제전략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디트로이트에 피자만 남았던 것처럼 대전에도 '빵'만 남을지 모른다. 이제는 빵의 도시를 넘어 '첨단산업과 기업 특화' 도시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백운교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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