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내용을 담은 건축
전통건축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우리의 삶과 역사를 담아 전해준 거울이다.
또한 각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가 응축된 결과물로 당시를 살아간 옛 선조들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첫 번째 소개하는 아름다운 내용을 담은 건축은 논산 돈암서원의 응도당이다.
응도당을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는 돈암서원이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으로 지정된 충남의 대표적인 국가유산이며, 강당인 응도당은 보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문화재 지정이 사적과 보물, 그리고 세계문화유산까지 지정되었으니 충남의 건축유산 중 이렇게 다각적으로 중요도가 부각된 건축물은 드물다.
또한 논산과 회덕은 조선 후기 서인계열인 노론과 소론의 영수들이 기거하면서 집성촌을 이룬 지역인데, 특히 논산에는 노론과 서론의 강학공간인 돈암서원과 노강서원이 존재해 동인 계열의 안동과 함께 대표적인 유교성지라 할 수 있다.
돈암서원 응도당은 1633년인 인조 11년에 건립되었는데, 잦은 수해로 인해 1880년 서원을 현재 자리에 이전할 때는 옮겨지지 않았다가, 1971년 현재 자리로 이건했다.
사당에는 율곡 이이의 제자인 김장생을 중심으로 김집, 송준길, 송시열의 위패를 모셨는데, 서인과 노론의 중심인물을 모두 모신 서인의 대표 서원이라 할 수 있다.
서원은 유교의 학문을 강학하는 학교로 성리학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따라서 서원은 성리학을 창시한 주자의 학문을 학습하며, 건축 또한 주자가 세운 백록동서원과 무위 9경의 정사 모습을 그대로 답습해 건립했다.
다만, 각 학파의 교리해석에 따라 건축의 배치와 공간구성, 그리고 형태의 차이는 존재한다.
특히 서인계열 중 노론은 율곡 이이의 직계 제자로 주자가 제창한 성리학의 근본을 따르고자 노력했다.
주자가 집필한 『가례(家禮)』에서 언급한 사당 건립과 강학의 건축방식을 연구해 그대로 건립하고자 했다.
돈암서원 응도당 건립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가례집람(1599)'의 하옥전도는 김장생선생이 주자의 가례를 해석, 그림으로 표현한 강당의 건축도이다
주자가례에는 신분에 따라 차등해 집의 배치원리와 평면구성, 그리고 지붕의 형태 등을 결정했는데, 신분은 천자와 제후, 경·대부·사(현재의 공무원)로 두 계급으로 구분했다.
주자가례에서 언급하는 집을 간단히 정리하면, 앞에는 공공의 의식공간인 Public Space를 배치하고, 뒤에는 일상 생활공간인 Private Space를 배치한다.
집의 내부공간도 앞에는 당을 배치해 마루와 같이 반 개방공간을 두며, 뒤에는 실을 배치해 방과 같이 폐쇄공간을 구성한다.
지붕의 형태는 천자와 제후의 경우 우진각 지붕을 사용하고, 경·대부·사는 맞배지붕을 사용한 건축 형태여야 한다.
여기서 천자와 제후의 우진각 지붕 집을 전옥, 경·대부·사의 맞배지붕 집을 하옥이라고 하는데, 돈암서원 응도당의 지붕형태를 보면 명확하게 맞배지붕임을 확인할 수 있다.
김장생 선생이 해석해 그린 하옥의 모습을 그대로 차용해 건립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옥전도의 맞배지붕 측면 삼각형 풍판 하단을 보면, 벽 상단에 가로지르는 눈썹모양 지붕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영(榮)이라고 한다.
햇빛과 눈비로부터 측벽을 보호하는 기능의 가로로 길고 작은 지붕이다. 맞배지붕과 측면의 영, 둘을 합치면 마치 팔작지붕의 모습처럼 연출된다. 전국의 주요 서원의 강당 지붕이 팔작지붕으로 돼 있는데, 팔작지붕이 비록 전옥의 우진각 지붕은 아니더라도, 맞배지붕보다 위계가 높게 계획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1599년에 그려진 3차원의 건축 그림이 현재 논산 돈암서원 응도당에 그 모습 그대로 건축돼 있고,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건축자산이 돈암서원을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될 수 있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철학적 사상을 근거로 철저하게 원칙에 근거한 삶을 살고자 한, 한 성리학자의 이상적인 건축을 충남 논산에서 만날 수 있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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