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UAE 우주협력 확대"…정부는 월면차 공동개발 예산 불수용
우주협력 강화 천명에도 구체적 협력 논의 없어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당시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우주 협력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구체적 협력 사업은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불수용 방침으로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차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제안한 UAE와의 달착륙 로버(월면차) 탑재체 공동 연구 예산 42억원 증액 요구가 정부의 수용 불가 방침에 따라 불발됐다.
사업은 UAE 우주개발 연구기관인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가 개발 중인 달 탐사 로버 '라시드2'에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탑재체를 싣기 위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소위에서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UAE와 업무협약(MOU) 등 협약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주항공청 개청을 앞둔 상황에서 협약(MOU)도 없고 협약 내용도 없는데 증액하기는 어려워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방위 예산 소위에서 증액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고, 결국 국회 예산안에도 이 사업은 최종 반영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UAE와 로버 사업 협력 논의는 있었지만 명확한 협약이나 조약 등을 맺은 적은 없어 예산을 반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한국 과기정통부와 UAE 우주청 간 MOU 범위를 우주탐사·위성항법·지구관측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기로 하고 실제로 이런 내용의 개정이 이뤄졌지만, 로버처럼 구체적 협력 사업을 제시한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시 MOU 확대에 관한 설명자료에서 "현재 UAE MBRSC는 2026년 대형 달 탐사 로버(30㎏)를 달에 보낼 예정"이라며 "천문연의 탑재체를 후보로 고려 중에 있다"며 이 사업을 구체적 예시로 제시했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지금으로선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내부에서 여러 의견을 검토한 결과 이 사업은 아직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예산을 급히 반영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간을 더 놓고 논의를 해 보자고 했고, 예산 확정 이후 특기할 만한 추가 진행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UAE가 우주 분야 신흥국인 만큼 공동사업을 수행할 만한지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면서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등 성과를 내는 만큼 우주 협력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UAE와 우주 협력 강화를 천명했음에도 MOU 확대 당시 협력 사례로 언급됐던 '우주교통관제 협력'을 비롯해 별다른 협력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 분야 한 관계자는 "UAE에서 계속 한국에 협력사업을 제안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기술고등교육 특임장관 겸 우주청장을 만나 "양국 간 우주 분야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양국 우주기술 발전에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력을 지속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과기계에서는 해외 국가들과 우주 분야 협력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정작 실효성 있는 국제협력 사업을 만들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버 사업과 관련해 국회 소위에서 제시된 예산 수정이유에도 "해당 사업이 정상 추진되지 않으면 우주 협력 확대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 국제적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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