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혐의' 장정석-김종국 구속영장 '기각'…'사상 초유' 불상사 피했다 "자료 상당 확보, 방어권 보장 필요"(종합)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배임수재'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종국 前 KIA 타이거즈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이었다. 당시 KIA의 단장을 역임하고 있던 장정석 전 단장은 포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단행, 박동원을 영입했다. 당시 KIA는 김태진과 함께 2023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10억원을 키움에 건넸다. KIA가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키움과 트레이드에 열을 쏟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2022시즌이 종료된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박동원과 '연장계약'을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연장계약만 성사된다면, KIA는 당분간 안방마님에 대한 고민은 덜어낼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 상황은 KIA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박동원과 KIA는 시즌 중 연장계약을 맺는데 실패했고, 박동원은 FA 자격을 통해 LG 트윈스로 이적하게 됐다. 그리고 박동원이 KIA에 남지 않게 된 이유가 드러났다. 2023년 정규시즌 개막 직전에 전해진 소식. 장정석 전 단장이 박동원과 연장계약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던 것이었다. 장정석 전 단장은 '농담조'로 한 말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장정석 전 단장은 돈을 전달할 수 있는 꽤 구체적인 방법을 박동원에게 제시했다.
장정석 전 단장이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했던 사실은 박동원의 용기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이후 KIA는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뒷돈 요구와 관련, 검찰에 장정석 전 단장의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검찰은 장정석 감독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범죄 혐의를 포착하게 됐다. 한 커피 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 게다가 김종국 감독 또한 해당 커피 업체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KIA는 김종국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종국 감독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 KIA는 뒤늦게 '제보'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게 됐고, 27일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종국 감독은 구단에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은 최근 불거진 독립리그 비리와는 무관하며, 검찰의 조사를 받은 건에 대해서도 결백을 주장했다.
KIA는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김종국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곧바로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KIA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출국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일단 KIA는 김종국 감독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았던 만큼 속단하지 않고, 향후 수사 과정을 지켜본 뒤 사령탑의 거취를 결정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29일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김종국 감독, 장정석 전 단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을 의미하는데, 검찰은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배경으로 구단과의 후원 협약 등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파악, 배임수재 혐의를 붙였다. 특히 30일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KIA는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곧바로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장정석 전 단장이었다. 장정석 단장은 오전 9시 56분, 김종국 감독은 오전 10시 3분께 모습을 드러냈고, 취재진과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는가?', '받은 돈을 김종국 감독과 나눠가진 사실이 있는가?', '박동원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한 것을 인정하는가?', '구단에게 왜 알리지 않았는가?',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등의 질문에 그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는 혐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절차다. 하지만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1시간이 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오후 12시 23분에서야 종료됐다.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구속과 불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전 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게 되는데,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취재진과 만났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등의 어떠한 사과의 메시지는 커녕, '묵묵부답'을 유지한 채 구치소로 이동했다.
통상적으로 오전에 실시된 영장실질심사는 통상적으로 오후 5~6시께는 결과가 발표된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구속·불구속에 대한 결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새벽으로 넘어가는 듯했지만, 오후 10시가 다 된 시점에서 발표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창훈 부장판사는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증거 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련의 후원 과정과 피의자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수수금품이 부정한 정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밝혔다.
따라서 한 구단에서 동행했던 단장과 감독이 모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불상사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배임수재 혐의를 완전히 털어낸 것은 아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만큼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단장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단장의 '배임수재' 혐의가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될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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