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업 죽쒀도 윤활유는 '활짝'… 정유사 효자로

최유빈 기자 2024. 1. 3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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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변화 기로에 선 정유업계] ② 전기차 시대에 진화하는 윤활유

[편집자주]정유업계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본업인 정유업이 국제유가의 흐름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며 전체 실적을 좌우하고 있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하다. 친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정유업계의 변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새로운 수익처 다변화와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정유업계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이 EV Fluid 차세대 윤활유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글 쓰는 순서
①유가 오르면 '대박' 내리면 '쪽박'… 정유업계, 커지는 성장 고민
②정유사업 죽 쒀도 윤활유는 '활짝'… 정유사 효자로
③친환경이 대세… 액침냉각유·SAF 도전장

윤활유가 정유업계의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윤활유 사업은 정유사 매출의 5~10% 수준이나 부가가치가 높아 영업이익에 기여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완성차 시장이 전기차로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최근엔 전기차용 윤활유 신제품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캐시카우' 급부상한 윤활유


국제유가에 실적이 좌우되는 정유업계가 윤활유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최근 정유 사업의 영업손실에도 윤활유 사업은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며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상반기 정유 사업 부문에서 136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윤활유 사업 부문에서 519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7808억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17%)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S-OIL은 지난해 상반기 정유 사업 부문에서 14억원의 적자를 봤다. 윤활유 부문은 4422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윤활유 부문에서만 589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41.7%를 차지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23%)보다 1.8배 이상 늘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상반기 정유 사업도 884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윤활유 부분에서 2762억원을 영업이익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35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23.6%에 해당하는 규모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상반기 정유보다 윤활유 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정유와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926억원, 969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윤활유 사업 부문이 11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18.2%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수익에서 윤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국제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큰 정유사들이 윤활유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 눈독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ZIC Brand Day에서 ZIC의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엔무브
정유업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윤활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윤활유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전기차용 제품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기존 내연기관 윤활유와는 달리 냉각과 2차전지 효율 향상을 위해 사용된다. 전기차의 전기모터와 기어의 열을 빠르게 식히고, 차량 내부에서 불필요하게 흐르는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 역할을 해 모든 전기차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지속되면서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도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은 연평균 28.8%씩 성장해 2031년 약 174억1290만달러(약 23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은 전기차용 윤활유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산업표준이 없어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우위를 점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유사들은 다양한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해 9월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의 전기차용 제품 라인 ZIC e-FLO를 출시했다. 원료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2040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S-OIL은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세븐 이브이'(SEVEN EV)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고성능 엔진에서 발생하는 저속 조기 점화 현상(LSPI)를 최소화할 수 있고, 타이밍 체인 마모 방지 성능 요구를 만족하면서도 엔진을 보호하는 게 특징이다.

GS칼텍스는 윤활유 시장의 환경 변화에 발맞춰 하이브리드카 전용 엔진오일 '킥스 하이브리드'(Kixx HYBRID), 전기자동차용 윤활유 '킥스 이브이'(Kixx EV) 등을 선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달 '현대엑스티어 EVF'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제품은 친환경 기유와 전기차 전용 첨가제 기술을 도입해 산화 방지성을 높이고 탄소 저감의 효과를 제공한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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