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6년 동결' 깬 계명대…뒤탈은 없을까
계명대학교의 등록금 인상 결정은 대학 소재지인 대구 뿐아니라 전국적인 화제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정책당국인 교육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대학에 등록금의 인상 자제를 요청해왔고 심지어 대학을 방문해서 까지 어지간하면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대학지원사업비를 조금씩 인상해 주고 있으니 (정책방향에) 잘 협조해주길 바래요" 교육부의 바램과 달리, 계명대의 선택은 협조요청을 외면하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었다. 경북대와 영남대, 영진전문대 등 상당수 대학들이 포함된 '등록금 동결'에서 나홀로 이탈한 점이 더욱 눈에 띠는 이유기도 하다. 이 대학은 15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오다 16년만에 대학-대학원 동시 4.9% 인상을 결정했다.
결정은 대학이 했지만 한국의 취약한 대학재정구조와 대학사회의 구성원인 학부모-학생이 어떻게 나올지 여부에 따라 이 대학의 결단은 찻잔 속 태풍처럼 잔잔히 지나갈 수도 있으나 평지풍파가 일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두 가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명시적으로 '등록금 올리지 마세요'라고 정책화해서 대학에 공문이나 지시를 하달하진 않았지만 교육부 당국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 대학들을 상대로 등록금 동결 노력을 기울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건, 코로나 이후 어려워진 한국 경제상황과 집값하락, 고금리 상황 속에서 대학들마저 등록금 인상으로 가계에 부담을 줄 경우 비판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교육부는 올해 대학등록금 인상률의 상한을 5.64%로 설정, 과도한 인상에 이르지 않도록 '1차 안전조치'를 취한데 이어 개별 대학을 상대로도 각개격파식 인상 자제당부를 하며 나름 공을 들였다.
경제부처도 아닌 교육부가 굳이 국민들의 부담을 그렇게 까지 고민하는 이유가 뭘까. 대학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인 '선거대비론'. 지역 대학의 간부 A씨는 29일 "민생에 민감한 대학등록금 인상 문제는 총선에서 대략 30석의 의석이 좌우될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다는 말도 있다"며 "선거와의 관계성을 무시하긴 어렵다는게 대학가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계명대가 4.9%란 선택을 하게된 데도 이런 사정들이 작용했다. 지자체-대학 협력이 원활한 경북지역 대학과 달리 대구는 지자체에 손을 벌리기도 어려워 지난해부터 등록금 인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이익이 두려웠다.
계명대 관계자는 30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작년까지만 해도 올릴 실익이 없었고 올리면 무조건 불이익을 받게 돼 있다는 것이 학교의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등록금 인상 기준이 상향돼 인상을 단행할 경우 85억원(2024년기준)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대학입장에선 지자체 지원이 무망하고 눈앞의 현찰이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지원을 포기하니 인상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마지막 변수는 학생과 학부모였다.
이 대학은 1월들어 모두 5차례 등록금 심의위를 개최해 결국 만장일치 인상결정에 이르게 된다. CBS가 입수한 등심위 회의록을 보면, 학교측과 외부위원 6명이 학생위원 3명을 설득하는 과정을 낱낱이 볼수 있다. "(등록금)동결시 교육의 질적저하가 불가피하다" "인상시 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재원사용방안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 "노후 기자재와 교육환경개선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 등
학생위원들은 주로 올려야 하는 합당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이에대해 대학측은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2 포기분 보전 가능 △교육환경 개선 투자 재원 확보 △학생 교육비 제고 등을 제시했다. 학교측은 덧붙여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에는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5차례 회의 끝에 학생위원(3명)들은 등록금 인상에 손을 들어줬다. 인상 등록금은 이번학기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4.9%만큼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차상위계층과 학업우수자 등 전액 장학금 30%를 포함해 70%는 어떤 형태로든 장학금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30%의 학생들은 인상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누가 금전적 부담을 질까 바로 학부모다.
이 지점이 등록금 인상 결정과정이 더 투명하고 이해당사자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돼야하는 이유다. 계명대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회의록에 따르면 학생들은 내부논의가 필요하다며 두 차례 추가 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앙운영위에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 이해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의견수렴이라도 이뤄진걸까? 총학생회 간부들은 해외봉사활동을 떠난 상황이라 구체적 내막을 아직 듣진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전체 학교단위의 학생 의견 수렴이나 학부모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계명대 고위관계자는 "등록금 인상 결정시 더 신경쓰인 부분은 당국보다는 학생들이었다"고 했지만 인상절차는 초 스피드로 진행됐다. 어렵사리 인상 결정을 단행한 계명대지만, 속도 만큼이나 신경쓸 것도 많아진 상황이다. 대학은 아직 정부당국과 신입생을 비롯한 학부모의 의사를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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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이재기 기자 dlwor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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