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르면 '대박' 내리면 '쪽박'… 정유업계, 커지는 성장 고민
[편집자주]정유업계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본업인 정유업이 국제유가의 흐름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며 전체 실적을 좌우하고 있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하다. 친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정유업계의 변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새로운 수익처 다변화와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정유업계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①유가 오르면 '대박' 내리면 '쪽박'… 정유업계, 커지는 성장 고민
②정유사업 죽 쒀도 윤활유는 '활짝'… 정유사 효자로
③친환경이 대세… 액침냉각유·SAF 도전장
정유업계가 새로운 생존 해법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본업인 정유사업 실적이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흐름에 따라 널뛰고 있어서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일때는 '횡재세' 논의가 불거질 정도로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약세일 때는 반대의 상황에 내몰린다. 글로벌 지정학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변동성이 더욱 커 실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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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며 정유사업 실적이 대폭 위축된 탓이다. 지난해 1월 8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3월 7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4~6월에도 평균 7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상승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가격이 떨어질 경우 가치가 하락해 손실로 잡힌다.
여기에 정제마진 부진까지 겹치며 정유사의 손실을 키웠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운임·동력비 등을 제외한 이익으로 정유사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정제마진이 하락할 경우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늘어나게 된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해 상반기 정제마진은 이를 밑돌았다.
하지만 3분기에는 상황이 급반전됐다.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6월 평균 배럴당 74.6달러였던 국제유가가 9월 평균 배럴당 92.0달러까지 상승했고 손익분기점을 하회했던 정제마진도 7월 들어 상승하기 시작해 9월 셋째 주 14.3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4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조9464억원으로 직전분기(-535억원) 대비 흑자전환했고 정유업계가 호황국면을 이어가던 지난해 동기(2조7355억원)와 비교해서도 44.3%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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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4분기 국제유가는 OPEC+의 자발적 감산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우려 등으로 하락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제마진은 운송용 제품 위주 약세 영향 등으로 전기 대비 배럴당 8.6달러 하락해 큰 폭의 감익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정유사들은 외부요인의 영향이 큰 정유사업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탈(脫)정유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유소에 수소버스·트럭 충전이 가능한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잇따라 개소하며 기름 충전을 넘어 다양한 에너지 충전소로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도심형 물류 플랫폼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해 업계 최초로 선박용 ESS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친환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OIL은 수소를 효율적으로 운반·저장할 수 있는 '저탄소 암모니아'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GS칼텍스도 대한항공과 '지속가능항공유(SAF) 실증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9월부터 SAF를 적용 화물기 시범 운항에 돌입하는 등 친환경 바이오유 생산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5년부터 연간 50만톤의 SAF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데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의 사업방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며 "정유사업 체질개선과 비정유 부문으로의 포트폴리오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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