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불균형 산업 발전 전략이 필요한 이유

최훈길 2024. 1. 3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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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경제 활동에 있어서 투자는 중요하다. 물리적 공간으로서 투자를 바라보면 특정 국가에 자본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자본의 집중은 다른 곳보다 돈을 벌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경제의 역동성을 확인시켜 준다. 나아가 투자는 성장 잠재력의 원천이라는 것에 대해, 시간 흐름에서 일단 투자가 돼 고정자산이 축적되면 상당한 영속성을 가진다.

또한 그렇게 축적된 고정자산이 생산 활동과 연관성이 깊다면, 상당 기간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고용을 동반하게 된다. 또한 고용된 근로자들의 소득이 높아지고 소비가 확대된다. 결국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금의 투자 활력을 보면 그 나라 경제의 미래가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국 내 투자 활동을 살펴보면, 우리 자본이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국내로의 외국 자본(FDI) 유입이 뚜렷하게 정체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는 국가마다 기관마다 정의가 상이한 점을 감안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으로 유입되는 FDI 규모는 최근 10년(2013~2022년)동안 연평균 약 126억8000만달러다. 반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FDI 규모는 연평균 약 384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최근의 추세를 보면 들어오는 규모보다 나가는 규모가 확연히 커졌다. FDI 순유출 규모는 2013년 155억5000만달러에서 2022년 484억1000만달러로 급증했다. 결론적으로 국내 기업들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돈을 벌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글로벌 분업 구조를 보자. 예를 들어 노동 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중간재는 생산비용이 저렴한 해외에서 생산하고 이를 들여와 국내에서 부가가치가 크게 붙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개도국에 대한 투자가 이러한 동기로 유발된다. 개도국은 아직 국민소득이 낮아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물건을 팔기보다는 생산기지로 이용하는 보편적인 분업 구조였다.

(자료=OECD)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글로벌 분업의 형태가 크게 바뀐다. 즉 특정 해외시장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그 시장에 생산기지를 만들어야 하는 시장지향형 투자가 대세가 됐다. 이럴 때는 내수시장 규모가 큰 국가가 유리하다. 한국 시장은 그러한 점에서 외국 자본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년 동안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의 유망 기업들이 너도나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한 투자가 국내에서 이뤄졌다면 어마어마한 고용이 창출됐을 것이다.

예를 들어 OECD 통계 기준으로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약 664억달러인데, 이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는 약 85만명에 달할 정도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경제 블록화로 글로벌 밸류 체인(GVC·Global Value Chain)가 버려지고 도메스틱 밸류 체인(DVC·Domestic Value Chain)가 대세가 됐다. 그러면서 자유무역주의 시스템이 붕괴된 지금,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바뀐 룰(rule)에 맞출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다만 내수시장의 한계를 고려할 때, 투자 규모와 같은 양적인 지표보다 구조적이고 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기업친화적 투자 환경 조성에 주력하면서, 어떤 산업이 됐든 유망한 분야를 콕 집어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그 어느 국가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기술 발전과 시장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국제적인 신기술·신산업 허브 국가화를 도모해 한국으로의 투자 유인을 증대시키자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분야를 해야 한다는 착오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적 역량을 한 분야로 집중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미래 유망 산업에서 우리가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럴 능력도 안 된다. ‘균형’이라는 키워드는 사회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최고선(善)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효모형(균형)이 아니라 버섯형(불균형) 산업 발전 전략이 해답이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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