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연료 우라늄값 2007년 이후 최고…올해도 상승 전망
펀드기업 매입에 유틸리티 기업 수요↑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올해 초 원자력 발전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의 국제 가격이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원전의 발전 비중을 높이는 정책에 힘을 쏟는 가운데 올해 지정학적 변수로 우라늄 가격 상승 전망이 제기된다.
3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24-2호'에 따르면 지난 1월9일 팔산화삼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92.50달러(약 12만3025원)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 2021~2022년 우라늄 가격 상승은 펀드기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물 원자재를 보유한 펀드기업 옐로우 케이크(Yellow Cake) 등이 대량 매입하면서 현물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적인 수요 상승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유틸리티 기업의 우라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리서치(BofA Global Research)가 보고했다.
우라늄은 원전의 연료로 사용된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발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우라늄 가격이 미칠 영향에 주목된다. 올해도 우라늄 가격 상승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에경원이 BofA글로벌리서치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우라늄 현물가격은 올해 파운드당 105달러(약 13만9650원), 내년에는 115달러(약 15만295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라늄 시장 데이터 전문기업 UxC에 따르면, 지난해 유틸리티 기업은 약 1억6000만t(톤) 우라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우라늄 재고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우라늄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봤다.
앞으로의 우라늄 가격이 얼마나 상승할 지는 각국이 러시아산 우라늄 의존도를 얼마나 조속히 낮출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세계 우라늄 농축 용량의 약 5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과 유럽의 유틸리티 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라늄을 러시아 외 지역에서 확보하기 시작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면 이 같은 과정이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여부도 관건이다. 미 하원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하원에서 투표를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오는 2028년 1월까지 러시아산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겠지만, 러시아가 미국에 보복할 수도 있어 지켜봐야 한다.
에경원 관계자는 "러시아를 제외하면 주요 우라늄 농축 기업은 유렌코(Urenco)와 오라노(Orano) 등 2곳 뿐이다. 오라노는 농축 용량을 약 30% 확대하고 있지만 이는 2028년에야 가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수출을 즉시 금지한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리스크는 유럽연합(EU)의 2대 천연 우라늄 공급국 니제르다. 지난해 쿠데타가 발생한 뒤 우라늄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로, 공급 재개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밖에 세계 2대 생산국인 카자흐스탄도 지난해 우라늄 채굴 시 필요한 유황산 부족으로 생산을 축소했다. 이에 올해부터 유황산 생산 설비 구축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우라늄 펀드기업이 또다시 현물 우라늄을 더욱 적극적으로 구매한다면 우라늄 가격이 더욱 급등할 여지도 있다.
다만 우라늄 가격이 치솟더라도 원전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에경원 관계자는 "원전은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데다 우라늄 구매 비용은 원전 가동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원자력협회를 인용해 "우라늄 가격이 원전 운영비용에 영향을 미치려면 가격이 파운드 당 100달러까지 오른 이후 그 수준에서 상당기간 유지돼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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