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약세에도 "오르겠지"…개미 '레버리지'에 6500억 베팅
코스피 -6.40% 코스닥 -6.83%…수익률 -18%
"살 게 없었던 1월 증시, 2월도 똑같을 것"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올 들어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반등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소외된 한국 증시도 저점을 지나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3개가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ETF로 집계됐다. 개인들은 ‘KODEX 레버리지’를 653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200 지수가 상승할 때 수익을 두 배로 내는 상품이다. 이 기간 개인이 순매수한 상품 2위다.
개인들은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 상승에도 베팅했다. 코스닥150 지수 상승 시 수익을 두 배로 얻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1832억원어치 사들였다. 해당 상품은 순매수 13위에 올랐다. 코스피2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KODEX200에도 개인 자금 858억원이 몰렸다.
개인들이 약세장에도 레버리지 상품을 쓸어담는 이유는 증시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2400선 초반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반등의 조짐을 나타내며 2500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1월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와 유동성 모멘텀 회복·개선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올 들어 증시 하락을 예상하는 인버스 상품을 대거 내다 판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해 초부터 코스피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로 349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KODEX 인버스는 743억원,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는 675억원 순매도하면서 각각 순매도 상위 11위와 18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들의 기대와 달리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 2600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는 30일 기준 6.40% 내렸다. 29일 2500선을 회복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2500선 밑으로 하락했다.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전략이 2월에는 통할지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김수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국내외 주식시장은 ‘살 게 없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며 2월에도 주식시장 여건이 1월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며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사라졌고,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전망치는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시장 관심이 중소형주로 옮겨가는 모습이 상승장 끝물을 예고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증시에선 인공지능(AI)과 결부된 중소형 종목들의 장기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중소형주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중소형주에서 각종 테마성으로 시장 관심이 쪼개지는 경우는 상승 추세의 종료 조짐”이라며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비해 코스피의 상대적인 부진이 지속되면서 투자심리 회복이 더디다”고 진단했다.
2월에도 코스피가 연초 수준인 2600선을 회복하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2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2370~259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가 충분히 정상화되면 2450선 전후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물가 안정이나 중국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추세 반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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