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PE) 펀드 포트폴리오사의 C레벨이 되려면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황계식 2024. 1. 3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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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전문 경영인이 사모(PE·Private Equity) 펀드 포트폴리오사에 합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진에 대한 성과보상 방식이 큰 동기 중 하나다. 투자 성공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엑싯(Exit) 때 받게 되는 인센티브의 사이즈가 연봉의 수배 내지 수십배, 때로는 그 이상도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명확한 미션이 주어진다는 점, 이를 경험하며 쌓이는 실력과 커리어의 성장을 더 큰 이유로 보고 있다. 평균 3~5년의 기간 동안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매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PE와 경영진 모두 최선을 다하는 구조이다 보니 그 안에 오너의 전횡이나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할 수 없는 환경이다.

어려운 환경 아래에서 고생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마치 중·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처럼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동안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단기간에 쌓을 수 있다. 일반 기업에서 5~7년 이룰 일을 2~3년에 압축해서 단단하게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경험에 성공적인 엑싯까지 이어진다면 어렵지 않게, 어쩌면 최상위 후보군으로 다음 경력의 기회가 주어진다. PE가 투자하는 기업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PE와 일해본 경영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PE 포트폴리오의 C레벨을 꿈꾸는 이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인수) PE가 경영진을 어떤 기준으로 선임하고 평가하는지 살펴보면 해답이 나온다. 먼저 국내 바이아웃 PE의 태동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포트폴리오 경영진 선임에 어떤 특징이 있었고, 지금의 추세는 어떤지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10여년 전 바이아웃 PE가 C레벨 전문 경영진 선임을 본격화하면서 바야흐로 한국의 전문 경영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당시 시장을 선도하던 PE 운용사들 내에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해본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았다. 출중한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나 컨설팅사, 변호사 출신 운용역이 포진되어 있었지만, CEO를 채용하고 평가해본 경험 자체가 부족했으며, VC(Venture Capital·벤처 캐피털)와 다르게 폐쇄적이고 경쟁적인 시장 환경이라 PE 간 정보 공유도 거의 없었다. 경영진 선발과 평가에 대한 체계적인 훈련과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결국 제한된 경험으로 기준을 정해 CEO를 선임하다 보니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를 지원하던 주요 서치펌도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필자도 당시 20년 가까이 수천명의 C레벨 경영진 영입을 성사시켰던 전적을 어필하며 자신감 있게 추천하였으나, 일반 기업의 CEO 선임 잣대를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수차례 오류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바이아웃 투자를 주도했던 PE들을 경험하면서 얻게 된 주요 레슨은 다음과 같다.

◆CEO 선임 시 산업 전문성만 우선해서는 안 된다

초기 바이아웃 PE들은 투자 대상 업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지금보다 훨씬 더 해당 업종 출신 전문 경영인을 선호했다. 경쟁사의 대표이사 혹은 영업총괄을 뽑아오는 것은 지금도 좋은 전략일 수 있고 금융이나 B2B 소재, 일부 소비재 업종에선 무난한 채용일 수 있다.

그러나 동종업계 CEO 풀이 좁은 사례가 많았고, 아주 작은 섹터를 빼고 대표이사 ‘개인기’가 잘 통하지 않는 시장도 많았는데, 다양한 CEO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 결정을 하다 보니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과 한 회사를 맡아 기업가치를 키워낸 실적을 심도 있게 평가하기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업종 전문성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놓는 지점에서 많은 리스크가 발생했다.

이렇게 채용된 CEO의 상당수는 필요한 회사의 단계보다 무리하게 큰 회사에서 왔거나 선입견과 자만감으로 필요한 개선과 변화에 장애가 되기도 했다. 주주와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지 못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CEO의 화려한 경력과 학벌이 전부는 아니다

PE에 합류한 10대 그룹 임원 출신과 외국계 회사 한국·아시아 최고경영진 출신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한때 S그룹 임원 출신은 절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PE업계 불문율이 있기도 했다.(물론 그 이후 투자업종이 다양해지며 성공적인 사례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이들의 스펙은 매우 훌륭하지만, 양질의 참모 혹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뭔가 할 수 없거나 주주와 타임라인에 얼라인 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리스크가 발생했다.

그래서 ‘사람도 없고 예산도 안 주면서 무슨 일을 하라는 거냐’는 불평만 하다 퇴직 의사를 밝히거나, 혼자 좌충우돌하다 번아웃 되는 이도 있었다. 제한된 혹은 척박한 환경 아래에서도 조직화할 수 있는 대처 역량이 훈련되지 않았던 사례라고 볼 수 있으며, PE들은 ‘훌륭한 분’이 와서 번아웃 되는 부적응 사례를 몇차례 겪으며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바로 포트폴리오로 채용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거치며 PE들은 많은 노하우를 쌓게 되었다.

이처럼 초창기 PE들이 경험한 경영진 선임의 시행착오 과정을 알아두면 역으로 어떤 역량을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다음 편에서는 최근 현업에서 느끼고 있는 변화를 기반으로 요즘 PE들이 어떤 자질을 갖춘 CEO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재호 브리스캔영어쏘시에이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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