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불명예 퇴진’ 시작부터 초대형 악재 터진 KIA, 선수들은 더 단단히 뭉쳤다
[OSEN=인천공항, 길준영 기자] KIA 타이거즈가 김종국 전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KIA는 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캔버라로 출발했다. 2024시즌의 첫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올 시즌 KIA를 이끌 예정이었던 김종국 전 감독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결국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KIA 감독으로 취임한 김종국 전 감독은 지난 2시즌 동안 KIA를 이끌며 143승 3무 142패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리그 5위(70승 1무 73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해 짧은 가을야구를 마감했고 지난해에는 5위 두산(74승 2무 68패)과 1게임차 6위(73승 2무 69패)에 머무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로 계약 마지막해를 맞이한 김종국 감독은 가을야구 복귀를 목표로 시즌을 준비했고 팀 전력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불명예스러운 방식으로 허무하게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KIA는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구단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라고 발표해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9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가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2022년 KIA 단장으로 취임한 장정석 전 단장은 당시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포수 박동원에게 연장계약의 대가로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3월 29일 해임됐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이 팀을 떠난 뒤에도 논란은 사라지지 않았다. KBO는 검찰에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과정에서 이번 금품수수 논란에 대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KIA는 결국 지난 29일 “구단은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며 김종국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공교롭게도 KIA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로 출발하는 30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 심문을 받았다. 두 사람은 2시간 가량의 신문 끝에 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고 심사를 맡은 유창훈 판사가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는 겨우 면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IA 선수단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올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선수단 주장을 맡은 나성범은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감독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스프링캠프가 시작했으니까 야구에 집중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인데 웃고 좋은 분위기에서 하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너무 고개를 숙이고 침울한 것보다는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누가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오셔서 팀을 다시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혼란에 휩쓸리지 않고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고참 투수 양현종 역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지금은 스프링캠프에 집중해야하는 시간이다. 단장님께서도 선수들에게 ‘죄송하다. 선수들은 크게 신경쓰지 말고 시즌만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성범이도 선수들에게 씩씩하게 하자고 주문했다.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무거운 분위기에도 자신이 생각했던 각오나 목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스프링캠프로 갔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KIA는 비록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평가가 좋다. 지난해 순위경쟁이 치열했던 9월 나성범, 최형우, 박찬호, 최원준 등 핵심선수들이 잇따른 부상을 당한 것이 아쉬웠던 만큼 올해는 부상만 없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거란 전망이 많다. 부진했던 외국인투수 2명은 모두 윌 크로우(100만 달러)와 제임스 네일(70만 달러)로 모두 교체했고 소크라테스 브리토(120만 달러), 김선빈(3년 30억원), 고종욱(2년 5억원) 등 외국인타자와 내부 FA를 모두 잡았다. 여기에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까지 데려오면서 선수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주변에서 정말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한 나성범은 “나도 그에 걸맞게 준비를 잘 해야한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준비하고 있고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준비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양현종도 “작년에 가을야구 문앞까지 갔다가 아쉽게 놓쳤다. 솔직히 마지막에 연승을 했을 때는 우리 팀이 어느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 멤버들이 다시 돌아오고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우리 팀이 분명히 작년보다는 높은 곳에 올라갈거라고 확신한다.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추운 날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가을야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젊은 선수들은 더욱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4년차 선발투수 이의리는 “올해는 우리가 잘하지 않을까 싶다. 팬분들의 기대가 크신 만큼 우리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특급 내야수 유망주 김도영은 “선수들 대부분이 올해는 잘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 6위를 했는데 우리가 6위에 있을 팀은 아니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가을야구보다도 우승이다. 우승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우승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사령탑을 잃은 KIA 선수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혼란을 극복하고 시즌 담금질을 시작한 KIA가 올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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