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불량, 금융복지 개념으로 다가가야" [현대판 낙인, 신용불량 完]

이연우 기자 2024. 1. 3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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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빚 때문에 죽나, 미래가 깜깜해서 죽지"

 

② 너도나도 빚졌다는데…현황 파악조차 안 된다

 

③ 사람 많은 남부, 열악한 북부…'경기도 채무 상담' 1위 지역은?

 

④ 경기도 빚 상담 64% ‘40대 이상’…5년간 파산·회생도 3천명↑

 

⑤ “신용 불량, 금융복지 개념으로 다가가야”

 

주변 인물까지 수렁으로 빠지게 만드는 ‘현대판 낙인’ 신용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복지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개개인의 빚 현황을 지역·연령·소득수준별 등 구체적으로 파악해 특정 기준에 따라 올바르게 털어낼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울러 금융채무 불이행자(과거 신용불량자)의 양성을 막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채무로 인한 부담을 개인의 불성실함으로 여기는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더해진다.

먼저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단순 현황’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중요한 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전체 인구 중 차지하는 ‘비중’으로, 지역별 인구 구성이나 소득 수준, 산업 및 직업 분포 등 다각화 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철희 교수는 “최근 상황을 통해 살펴봤을 때,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과 저령인구 중에서도 특정 직종이 몰린 지역 등에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많을 것이라는 유추를 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인구 수와 금융채무 불이행자 비중, 고용률과 실업률 등을 구조적으로 따져본다면 현 상황을 진단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금융채무 불이행자 문제에 관심 갖는 이유는 개인 채무라 하더라도 ‘빚’이 사회적 금융 시스템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기조 속에서 빚 문제가 최종 구제에 이르지 못한다면 연체율·부실률 등이 치솟아 불법 사금융 등으로 이어져 금융권 전반을 흔들 우려가 있다. 그저 신용 불량이라는 이유로 통장이 막히고 카드를 못 쓰는 수준을 넘어 질 낮은 일자리, 불안정한 은행권까지 사회 전반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경기일보DB

벤치마킹 할 수 있는 해외 사례로는 금융 지식을 갖춘 전문 사회복지사를 운영하는 미국을 들 수 있다.

장동호 남서울대 사회봉사지원센터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사회복지가 금융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많다. 저는 채무불이행 문제 해결의 핵심이 저소득층의 부채 문제에 대한 예방성과 접근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점에서 사회복지 분야는 강점이 있다”면서 “또한 사회복지사가 금융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회복지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이 금융 문제로 인해 유발되거나 심화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 센터장은 “부채에 따른 이자는 저소득층의 처분가능소득을 줄이고, 나아가 폭력, 가족 갈등과 가족 해체, 심각한 경우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여타 해외 사례에서 보듯 과잉 부채 문제를 외면한다면 사회복지의 가치 실현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일지언정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경제적 유동성은 보장해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경기도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에서 개인 채무 관련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모습. 경기도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 모습

여기에 교육도 빠질 수 없다. ‘갚을 수 없는 돈은 처음부터 손 대지 않아야 한다’는 공적 금융 교육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제도는 확실한 기준 없이 파산 처리해주고 우선적으로 구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구제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기준 없는 채무 지원은 결국 (빚 탕감 후) 채무자들에게 더욱 큰 빚을 안겨줘 ‘갚을 수 없는 채무자’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심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이라며 “어릴 때부터 본인이 갚지 못하는 돈은 건드릴 수 없도록 유도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혜택(구제) 대상자들을 선별해 돕는다는 것을 교육한다면 어느 정도 개인의 채무로 비롯된 사회적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정만 경기도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장(변호사)은 “전근대적인 규제가 넘쳐나는데 과연 누가 선뜻 채무조정에 나설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파산선고 그 자체로 자격을 상실시키는 수많은 법률들 ▲파산면책 후 5년 간 일체의 신용 거래를 금지시키는 신용정보업감독 규정 ▲상환 능력과 잔여 재산이 없음을 엄정한 절차를 통해 사법부가 공적으로 판단했음에도 유독 조세채무만 끝까지 징수하게 하는 법률 등을 꼽았다.

박 센터장은 “금융복지 사업 수행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에 몰린 사람을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단정 짓는 사회적 편견”이라며 “살기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새까맣게 먹칠하는 규제들과 함께 인식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대판 낙인, 신용 불량>인터랙티브 기사


※ 경기일보 <현대판 낙인, 신용 불량> 시리즈는 경기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랙티브 기사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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