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할매들 싸움은 진 걸까[신간]
전기, 밀양 - 서울
김영희 지음·교육공동체벗·2만2000원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밀양을 거쳐 서울로 옮기는 중에 거대한 송전탑이 등장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저항했던 ‘밀양 할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표지가 형상화한 이미지다. 국문과 교수로 구술 서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1993년 밀양에서 구술 청취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탈송전탑·탈핵 운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 행정대집행으로 송전탑이 다 들어선 지 10년이 지났다. 세상은 밀양의 싸움을 졌다고 기억하지만, 몸과 몸에 쇠사슬을 잇고 공사를 막아섰던 이들 할매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느그가 할 거잖아. 나는 걱정 안 한다. 그라이 지는 싸움도 아니지.” 저자와 구술자로 참여한 이들은 탈송전탑·탈핵 이야기가 과거 회상에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송전탑 건설을 위해 한국전력과 공권력이 어떤 폭력과 기만을 저질렀는지, 오랜 역사와 관계를 이어온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낱낱이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 공사가 본격화됐다. 또다시 누군가의 희생과 폭력 속에서 전기를 도시로 옮기는 건 아닌지 귀 기울일 때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최재혁 옮김·반비·1만8000원
한·일 양국에서 국가주의와 식민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사회운동, 저술 활동을 이어온 저자의 유작이다. 이탈리아·영국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인문기행이다. 2016년과 학생운동으로 수감된 두 형의 구명을 위해 미국을 오갔던 1980년대,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2020년의 세 시간대를 오간다.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극심해지고, 전쟁의 기운이 짚게 드리운 세계에 대한 깊은 염려를 표한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미얀마에서 되풀이되는 전쟁 범죄와 국가 폭력 속에서 도덕의 거처를 묻는다.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
아이우통 크레나키 지음·박이대승, 박수경 옮김·오월의봄·1만5500원
브라질 크레나키 원주민운동을 이끌어온 저자가 백인 자본주의 문명이 제시하는 종말론을 비판한다. 그들의 폭력적인 지배와 생태살해로 원주민 세계는 이미 오래전 종말을 맞았다며, 원주민의 시선으로 자본주의 문명과 생태위기를 진단한다.
공격 사회
정주진 지음·철수와영희·1만7000원
장애, 빈곤, 난민 등 아홉 가지 주제로 피해자와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왜 일어나는지 살핀다. 피해자와 약자를 공격하고 혐오하는 이들은 견해가 다른 사람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사회에서 제거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조기현, 홍종원 지음·한겨레출판·2만원
스무 살 때 쓰러진 아버지를 10여 년간 돌본 작가와 국내 최초 방문진료 전문병원 원장인 의사의 대담집이다. 우리 모두 취약한 존재이며 항상 돌봄을 주고받으며 살았다는 상호의존의 감각을 되살려야 지금 우리가 직면한 돌봄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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