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치 시즌2' 이재준 수원시장 "이제는 '질' 높일 것"
"기업 유치 후 체계적 지원이 핵심"
펀드+저리대출+고용창출 '3-3-3정책'
1호 공약 기업유치 초년도 목표 달성
"6호, 7호 유치 협의 중 순항 기대"
기업도시 가속 위해 '땅' 확보에 주력
도시설계 '선수', 입지분석 '큰 그림'
군공항 부지는 '장기 계획'의 핵심
"첫 공론화로 화성시민과 대화 물꼬"
"'한국에서 지자체 도움에 의존하면 죽는다'는 말을 듣고 한방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벤처에겐 투자가 생명줄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이재준(58·더불어민주당) 수원특례시장이 최근 미국출장에서 겪은 일화를 전하며 한 말이다. 한국국적의 한 현지 기업인과의 만남이었다. 만찬 자리에서 '수원시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묻자 '그렇게 되면 독을 마시게 된다'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온 것.
이 기업인은 스타트업으로서 한국에서의 실패를 딛고, 해외에서 10년치 투자를 일군 성공담을 전하던 중이었다.
이 시장은 무릎을 쳤다. 실리콘밸리는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산업에 관한 프리젠테이션 한번으로 100억 원대 통 큰 투자를 유치하는 열린 무대인데, 그렇지 못한 국내 현실을 자각했다.
그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수원기업의 70억 원 이상 계약을 이끄는 등 출장 실적을 자부하면서도, 기업을 위해 행정이 '독하게' 챙길 게 무엇인지 깨달은 게 진짜 성과라고 짚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일성으로 "첫째도 둘째도 경제"라며 30개 기업유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워왔다. 임기 중반을 맞는 올해, 민선 8기 시즌2에서는 기업유치의 '질'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4일 이 시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유치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을 도와야겠단 마음을 먹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펀드+저리대출+고용창출'로 지역경제 선순환 구축
이를 위해 '3-3-3정책'을 앞세웠다. 수원 기업들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지역에 돈이 돌고 도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첫째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출시한 새빛펀드다. 올해 상반기 '3'천억 원 달성을 기점으로 펀드 운용을 활성화해, 유망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지원에 따른 이익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에 출자된 금액의 두 배 이상은 수원지역에 재투자를 하도록 의무 약정도 뒀다.
이 시장은 "창업초기 펀드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펀드, 바이오펀드, 4차산업혁명 펀드 등을 꾸렸다"며 "실력 있는 운용사도 선정돼 상반기부터 본격 투자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천억 원의 저금리 대출지원 사업도 있다. 투자기관을 연계해주는 새빛펀드와 달리,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중 금리의 3분의 1로 대출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술 보증제도를 토대로 금리를 낮추면서도, 보증비 지원을 늘린 결과다.
마지막 '3'은 일자리 창출이다. 스타필드를 비롯해 지역에 들어선 대형 유통센터 등과 협약을 맺어 지역민 중심의 일자리 3천 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수원에 들어온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양질의 기업환경을 조성해 숨통을 틔게 해주겠다는 취지"라며 "시민과 약속했던 '경제특례시'를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호 공약 집중…"기업유치 본격화 할 것"
그간 이 시장은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어왔다. 취임 직후 '기업유치단'을 신설, 언론·정재계 마당발로 알려진 시 공보관 출신(이상균 단장)을 전면에 세웠다.
수원은 지역기업 90%가 50인 미만 영세업체들인 데다, 한때 10여 곳에 달하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밀려나는 등 지역경제가 위축된 현실이다. 이 시장이 기업유치 전선에 뛰어든 이유다.
1호 결재였던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초년도 목표치인 5개 기업유치를 달성한 상태다.
지역 대학들과 연계한 캠퍼스 인재·창업 형태의 기업유치 기반을 다지는가 하면, 기업 지원 확대를 위해 투자기업 보조금 대상을 구체화하는 등 관련 조례들도 다듬었다.
이 시장은 "지난 1년 6개월간 뼈대를 세우며 5부 능선 정도를 지났다"며 "지금 협의가 진행 중인 기업들도 있다. 특혜시비 없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추가 유치 소식을 예고했다.
"발상의 전환"…입지 분석으로 기업 터전 확장
다음 과제는 기업들이 둥지를 틀 '땅'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다.
이 시장은 이 분야에서 '선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수십 년 도시계획 경륜이 깔려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도시설계 '브레인'으로, 국토균형발전 계획과 세종혁신도시, 마곡신도시, 노량진뉴타운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 시장은 기업부지 마련을 위해 입지분석 전담팀을 만들어, 국공유 유휴부지나 용도변경 가능지역을 발굴하는 등 소위 '노는 땅'들을 '노른자'처럼 활용하는 방안을 중점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서수원을 중심으로 축구장 87개 규모의 매머드급 신규 부지를 첨단산업단지 용지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탑동 이노베이션밸리와 광교 테크노밸리를 구심점으로 한 첨단기업 특화단지에 대한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 시장은 "화성, 용인에 비해 기업용지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업을 위한 양질의 인프라가 집적될 수 있는 최대한의 가용부지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수도권 과밀 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의 초대 대표회장에 올랐다.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해 기업이 들어올 땅이 부족하고 3배의 중과세 부담을 떠안는 등 과밀억제권역이 '역차별'을 받고 있어 이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성장을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의 빗장을 푸는 건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세계적 추세다"라며 "균형발전이 저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지방과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겠다"고 했다.
"공론화로 군공항 이전 대화 물꼬…새 국면 기대"
기업 터전을 넓히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도심에 위치한 군공항이다.
수십 년 전투기 소음과 추락사고 위험으로 이전 요구가 빗발쳐온 공군 활주로를 원격지로 옮겨, 기존 부지에 수원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게 '수원경제특례시'의 종착지다.
하지만 7년 전 국방부가 예비이전후보지로 지목한 화성(화옹지구) 지역사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상황.
꽉 막힌 이전사업에 대해 이 시장은 "대화의 물꼬만 트면 확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첫 단추는 올해 수원시가 처음 추진하는 수원 군공항 이전을 위한 '공론화'다.
시는 화성시 관계자 등과 함께 군사시설이 위치한 수원과 화성지역 일대를 개발할 비전을 제시하는 등 두 도시의 '상생'을 위한 여론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기도의 경기국제공항 건설 공론화와 국토교통부의 관련 사전타당성 용역과도 시너지를 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공론화에 대한 화성시의 답은 아직 없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지역 간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평균 60% 이상이 찬성하는 분위기다"라며 "양측이 만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나누고 최적 방안을 논의하다보면 분명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공론화를 통해 화성 지역사회에 시간과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게 이 시장의 생각이다.
이 시장은 "급하게 하면 화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이전사업의 속도조절을 하고 싶다"며 "선진국의 공론화 성공사례도 있듯이 꼼수가 아닌 진정성 있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군공항 이전 특별법은 기부대양여방식의 폭을 넓혀 화성시장에게 SOC 투자를 주도할 수 있게 규정했다"며 "화성시 입장에서 대찬성할 조항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현명한 합의점을 찾아보자"고 제안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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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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