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비상과 추락’ 스타의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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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뒤 그는 확실히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에게 배우로서 명성까지 안겨준 영화 '스타 이즈 본(사진)'에서 무명 가수 앨리(레이디 가가)는 록스타 잭슨(브래들리 쿠퍼)에게 묻는다.
남자 주인공 잭슨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가 직접 감독까지 맡은 '스타 이즈 본'은 화려하거나 추악한 연예계의 이면을 들추는 것보다 '진심을 노래' 하는 것에 진심인 어느 예술가의 인간적 내면에 깊게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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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뒤 그는 확실히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다. 부지런히 대범한 작품 선택을 이어갔고, 한결 여유로워진 중년의 이미지도 퍽 어울렸다. 하지만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지난해 12월 배우 이선균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기도 전에 너도나도 도덕적 심판관을 자처했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이름의 성명서를 통해 물었다.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 시즌6에선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죽음을 다루면서 이 비극의 바탕에 극성 파파라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명인 데이비드 베컴의 삶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베컴’도 그가 황색 언론과 여론 재판에 얼마나 집요하게 시달렸는지 보여준다. 27세에 생을 마감한 뮤지션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유명하다는 이유로 파파라치의 먹잇감이 돼 고통받은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에이미’에 잘 담겨 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에게 배우로서 명성까지 안겨준 영화 ‘스타 이즈 본(사진)’에서 무명 가수 앨리(레이디 가가)는 록스타 잭슨(브래들리 쿠퍼)에게 묻는다. “대체 어떻게 견뎌요? 사람들이 막 들이대고 몰래 촬영하고.” 첫 만남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본 두 남녀가 한바탕 팬과의 주먹다짐 소동을 치른 뒤 속 깊은 대화를 나누던 이 상황은 곧 멋진 노래로 재탄생한다. 앨리가 즉석에서 작사한 가사는 이렇다. “말해봐 소년아, 공허함을 채우려다 지치지 않니?”
‘스타 이즈 본’은 1937년에 만들어진 ‘스타탄생’의 21세기판 리메이크다. ‘스타탄생’은 1954년과 1976년에도 리메이크됐는데, 기본적으로 무명의 여자배우(가수)와 인기의 정점에 있던 남자배우(가수)의 만남을 통해 성공과 몰락의 교차가 잔인하게 이뤄지는 연예계 풍경을 스케치하는 뮤지컬 영화다. 또한 같은 곳을 바라보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며 이별을 맞이하는 절절한 멜로드라마다.
남자 주인공 잭슨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가 직접 감독까지 맡은 ‘스타 이즈 본’은 화려하거나 추악한 연예계의 이면을 들추는 것보다 ‘진심을 노래’ 하는 것에 진심인 어느 예술가의 인간적 내면에 깊게 접속한다. 그 결과 자기 안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분투하는 잭슨과 그를 끝까지 이해하고 사랑한 앨리의 쓸쓸한 초상이 짙게 남는다. 특별하지만 평범한 한 인간의 비상과 추락에 동참하게 하는 영화는 앨리의 마지막 노래로 ‘아윌 네버 러브 어게인(I’ll never love again)’을 들려준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주현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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