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딸기’ 새콤달콤한 맛 일품…베트남서 프리미엄 과일로 우뚝
2016년 ‘딸기 검역요건’ 타결
수출 급증…이마트 등서 판매
고가에도 품질 좋아 인기 한몸
매대에 ‘한국산’ 표시붙여 홍보
품종별 브랜드화로 선택폭 확대
물류비 지원 중단 대책도 필요
딸기가 우리나라 신선농산물 수출을 이끄는 대표 스타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이 10여년간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수출액이 7100만달러를 돌파했다. 최근엔 ‘금실’ ‘킹스베리’ ‘비타베리’ 등 신품종 프리미엄 딸기가 신시장 문을 두드리며 수출 확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2016년 딸기 검역 협상 타결 이후 해마다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 대상국 3위로 급부상한 베트남 시장은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 딸기 정말 맛있어요.”
지난해 12월11일 찾은 베트남 호찌민시 판후익지역의 ‘베트남 이마트 3호점’. 한국산 딸기 특설 매대 앞에서 만난 응우옌 티 쿠옥씨는 ‘설향’ 한팩을 담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날 330g들이 ‘설향’ 한팩 가격은 34만9000동. 한국돈으로 1만9000원이었다. 현지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장 비싼 과일 중 하나였지만 한국 딸기는 그야말로 ‘핫템’이었다.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은 “딸기를 필두로 한 한국산 농산물은 호찌민 시민을 이마트로 불러모으는 핵심 아이템으로 고가지만 인기가 많다”며 “딸기를 비행기로 직송하는 방법으로 최상의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 수출농가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프리미엄’ 상징…고가에도 인기 ‘상종가’=베트남에서 한국 딸기는 고가임에도 잘 팔리는 프리미엄 과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식품 수출 정보를 보면 2015년 베트남에 수출된 한국 딸기는 773㎏이었다. 하지만 2016년 1월 한·베트남 식물검역당국간 ‘딸기 수출검역요건’이 타결되면서 수출이 급증해, 그해 수출량이 8만646㎏으로 전년에 비해 100배 이상 늘었다. 이후 2018년 29만1311㎏, 2020년 52만5401㎏으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58만390㎏을 기록했다.
온난한 기후로 망고·파파야 등 열대 과일이 풍부한 베트남에서 한국 딸기가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지에서 한국 딸기는 이마트·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는 물론 온라인몰 등 판매 채널을 가리지 않고 인기 품목으로 손꼽힌다. 청과물 매대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매대 곳곳엔 ‘한국(Hàn Quốc·한꾸옥)’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한국산이란 단어 자체가 가장 좋은 홍보여서다. 베트남 대형 유통업체 윈마트(Winmart)는 태극기를 그려 넣은 전단지를 배부하기도 한다.
베트남의 코스트코로 불리는 대형 창고형 매장 메가마켓의 트란 티 투이 옌 매니저는 “한국 딸기의 인기에 발맞춰 ‘한국산’임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건 특설 매대를 운영 중”이라며 “실제 매출도 좋고 품질에 대한 고객 만족도 역시 높다”고 전했다.
◆“부자 나라서 온 과일”…선물용 ‘각광’=딸기 등 한국산 과일은 베트남에서 선물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의 설 명절격인 ‘뗏’을 앞두고 받는 이의 행복·행운을 기원하며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다.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때 ‘부자 나라에서 온 과일’로 통하는 한국산 딸기와 배의 몸값이 더욱 치솟기도 한단다.
온·오프라인으로 신선 과일을 판매하는 소매업체 모닝푸르트의 한 관계자는 “진한 향과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한국산 딸기는 단연 최고 인기 품목”이라며 “특히 선물용 프리미엄 과일 바구니에 한국산 딸기와 배는 없어서는 안될 구성품”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한 품질관리로 고급화…품종 다양화 노력도=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딸기가 높은 인기를 계속 누리기 위해선 꾸준한 품질관리와 고급화가 필요하다고 유통업계는 입을 모은다. 수출업체 ㈜한사랑의 김종해 대표는 “베트남에서 프리미엄 딸기 시장성은 전망이 밝다고 본다”면서 “경도와 당도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품질 딸기를 지속 생산할 수 있는 수출농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딸기 품종별 브랜드화 전략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베트남 현지 과일 수입업체 핸드앤핸드의 김민구 대표는 “베트남 사람들은 딸기 품종을 잘 모르고 한국 딸기와 베트남 딸기를 구분하는 정도인데, 이 경우 맛이 떨어지는 한국 딸기를 먹으면 한국산 전체에 부정적 인식을 가질 우려가 있다”며 “‘금실’과 ‘킹스베리’ 등 품종별로 딸기를 브랜드화해 이런 리스크를 줄이고 베트남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새로운 품종을 베트남 등 수출대상국에 알리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2일 호찌민시 롯데호텔사이공에서 진행된 ‘케이(K)-베리 신품종 쇼케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 딸기 수출통합조직 케이베리가 공동 주최한 쇼케이스에서 베트남에선 아직 생소한 ‘금실’과 ‘킹스베리’ ‘비타베리’ 등 딸기 신품종을 시식하고 모양·크기와 당도 등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는 베트남 현지 수입 바이어 20여명과 한국의 딸기 생산·수출 업체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박민철 aT 아세안본부장은 “‘금실’과 ‘킹스베리’ 등 더 맛있는 K-딸기를 경험한 베트남 사람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이번 신품종 품평회를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높아지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K-딸기도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생산·유통비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 물류비 지원이 전면 중단되는 데 따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농가들은 강조한다. 윤갑수 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장은 “정부와 케이베리가 물류 효율화와 신시장 개척에 앞장서는 한편 인건비나 비료값 등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보완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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