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후보군 '이름' 나온다…'정면돌파' 후추위의 선택은
내부 김학동·정탁, 외부 권영수 등 거론…'호화 이사회' 사법리스크 변수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의 구체적인 명단이 31일 첫 공개되며 회장 선출 레이스가 정점을 향해 치달을 전망이다. 그룹 안팎에선 최대 주력 사업을 고려해 역대 회장들처럼 내부 출신 '철강맨'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외부 인사'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홀딩스(005490)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이날 제8차 회의를 열고 내·외부 회장 후보군을 5명 내외로 압축한 '파이널리스트'을 확정, 발표한다. 후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군의 이름을 대외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추위는 앞서 평판조회대상군 22명(내부 8명·외부 15명)을 선정하고, 자체 회의와 외부 자문을 통해 롱리스트(22명)→쇼트리스트(12명) 순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 현재 후보군은 내부 인사 5명, 외부 인사 7명이다.
윤석열 정권과의 불화설 등으로 3연임 도전 여부가 논란이 됐던 최정우 현 회장은 최초 평판조회대상군 선정시부터 배제돼 일찌감치 레이스에서 이탈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일단 전·현직 포스코 인사가 3월 주주총회 안건에 오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최근 이차전지·수소 등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주력인 철강의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역대 회장 9명 중 8명이 내부 출신일 만큼 순혈주의가 견고하다.
먼저 그룹 핵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우선 거론된다.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등이 전직 포스코 OB그룹 이름도 오르내린다.
김학동 부회장은 1959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 재료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포항제철소장과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본부장(부사장), 포스코 철강부분장 등을 거친 '정통 철강맨'이다.
특히 제5대 유상부 회장(서울대 토목공학과)부터 제8대 권오준 회장(서울대 금속공학과)까지 내리 서울대 공대 출신이 회장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내부 후보군 중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이날 발표될 파이널리스트에는 외부 인사도 포함될 수 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앞서 후보군 압축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권 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면서 업계 이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말 차기 회장설을 부인한 바 있는데, 최근 평판조회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존재감이 재부각됐다.
권 전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LG전자로 입사한 뒤 44년 동안 몸담으며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권 전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글로벌 선두 배터리 기업으로 키워낸 '스타 CEO'로도 유명하다. 2021년 11월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에 부임한 후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내 시총 2위 기업으로 끌어올렸고, 취임 당시 200조원 안팎이던 수주 규모는 500조원까지 늘렸다.
권 전 부회장이 포스코 새 사령탑에 오른다면 1994년 제4대 김만제 전 회장 이후 30년 만에 '외부 출신 회장'이 된다.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한 포스코의 신사업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정우 현 회장을 비롯한 사·내외 이사들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점은 변수다.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 7인 전원뿐 아니라 내부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내이사들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언제든 회장 선출 절차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후추위 위원인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했던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해외 이사회를 시작으로 회사측의 호화 별장 매입·운영에 대해서도 배임 등 위법 사항이 없는지 들여다보는 등 연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를 겨냥한 경찰 수사 대상에는 사외이사도 있지만 (내부 후보군인) 사내이사들도 포함돼 있다"며 "(후추위와 내부 후보군을) 패키지로 흔드는 방식으로 외부 압력이 가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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