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식 세계화의 빛과 그림자

박준하 기자 2024. 1.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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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에서 '김치의 날'(11월22일) 지지 결의안이 공식 발표됐다.

그 현장을 취재하러 미국의회 캐논하우스에 갔는데 오찬 메뉴로 김치가 올랐다.

세계인이 한식에 기대하는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우리만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두 유 노우 김치?(Do you know Kimchi?)'만 물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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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에서 ‘김치의 날’(11월22일) 지지 결의안이 공식 발표됐다. 그 현장을 취재하러 미국의회 캐논하우스에 갔는데 오찬 메뉴로 김치가 올랐다. 모든 사람들이 스테이크에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이 모습을 본 한인 교포들은 “과거 김치 먹는다고 폭행도 당했는데 의회 오찬에 김치가 나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제 한식 열풍은 허상 아닌 현실이 됐다. 비단 김치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 한복판에선 한끼에 70만원이 넘는 한식 파인다이닝(고급식)이 불티나듯 팔린다. 미쉐린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아토믹스’를 비롯, ‘주아’ ‘오이지 미’ ‘코치’ ‘가온누리’ 등이 뉴요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메뉴도 한글로 쓰여 있거나, 영어로 ‘고구마’는 ‘goguma’, ‘감칠맛’은 ‘gamchilmat’ 등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다. 일식 초밥이 세계 어느 식당에 가도 일본어 그대로 ‘스시’라고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같은 성공에도 한식 세계화의 길은 요원하다. 세계인이 한식을 받아들이는 수준이 높아진 만큼 한식 이미지 제고와 정부 차원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가령 표기법을 점검해야 한다. 최근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김치라면을 중국어 표기인 ‘신치(辛奇)’ 대신 ‘라바이차이(辣白菜)’로 오역해 논란을 빚었다. 라바이차이는 김치가 아닌 배추절임이다. 지난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도 한국술 시음회를 열었는데, 이를 ‘K-Sool(케이술)’로 표기했다. 국세청은 우리술을 ‘K-Suul’이라 쓰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조차 표기법이 제대로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힘 있는 홍보가 될 리 만무하다.

한식이 가진 효능이나 종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홍보가 요구된다. 미국에서 김치의 인기가 높아진 건 코로나19 확산 때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덕분이다. 문제는 다른 한식에 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단 사실이다. 우리 쌀밥의 효능, 우리농산물로 만든 차의 효능 등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연구자들은 한식의 인기에 비해 연구지원이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비빔밥·불고기를 넘어서 다채로운 한식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에선 떡볶이나 순대 같은 분식도 인기라고 한다. 일본이나 대만에선 한국식 과일소주에 주목한다.

세계인이 한식에 기대하는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우리만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두 유 노우 김치?(Do you know Kimchi?)’만 물을 텐가.

박준하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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